"3년 만에 10월 장사할 맛 나네요"..이른 추위에 비싼 패딩·플리스 '불티'

배지윤 기자 2021. 10. 2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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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한파에 서둘러 월동준비..겨울옷 단가 높아 1년 장사 좌우
겨울옷 흥행 분위기에 패션업계 미소 "하반기 대목 노린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죽전 패션타운. © 뉴스1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아직 가을인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다 보니 지난 주말에 패딩·플리스가 꽤나 팔렸어요. 지난해보다 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두꺼운 아우터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 지난 주말 매출이 크게 올랐어요."

지난 20일 경기도 용인시 아웃도어 브랜드 가두점 2개를 운영 중인 A씨는 "10월에 모처럼 크게 매출이 뛰었다"며 "지난해 못 판 물량 만큼 올해는 더 팔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지난 2018년부터 긴 부진에 시달렸다. 바로 '날씨' 때문이었다. 평창 올림픽이 열린 이듬해부터 매년 따뜻한 겨울 날씨가 유지되면서 겨울 장사를 망친 것. 하지만 올해는 10월부터 이른 한파가 들이닥치면서 패션업계가 겨울 장사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웨어 매장 직원이 B씨는 "아무래도 티셔츠 여러 장 파는 것보다 겨울 아우터 1장을 파는 것이 낫다"며 "올해 이대로만 날씨가 추워진다면 겨울 장사는 걱정이 없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전국에 때이른 추위가 찾아온 18일 오전 울산 남구 한 거리에서 두꺼운 복장을 한 시민들이 몸을 웅크린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10.1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아직 10월인데…이른 추위에 패딩·플리스 불티

21일 업계에 따르면 때이른 추위에 패션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본격적인 동절기가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패딩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지난 17일 서울의 최저 기온은 1.3도까지 떨어졌고 강원도 등 일부 지역의 기온은 영하로 내려갔다. '추위'가 최고의 마케터인 셈이다.

이날 한 아웃도어 브랜드 가두점을 방문한 C씨는 "지난주 초만 해도 반팔을 입고 다녔다. 한 주만에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온 것 같다"며 "날씨가 급격히 추워져 입을 만한 아우터를 장만하러 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유통업계에서 FW 아우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노비스 등 프리미엄 패딩 팝업 매장의 매출이 계획을 40% 이상 초과 달성했다. 패딩뿐 아니라 플리스·모피 등 아우터 수요 역시 급증했다.

백화점만이 아니다. 국내 대표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인 이랜드월드 스파오의 대표 겨울 상품 '허니푸퍼' 패딩 역시 이른 추위로 매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최저 기온이 2도에 머무르며 추운 날씨가 들이닥치자 허니푸퍼 판매량은 누적 3만장을 넘어섰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올해 패딩 50만장을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겨울 아우터의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롯데온의 지난 18일 '롯데온세상' 행사 첫날 겨울용 점퍼의 매출이 전년 대비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성인 스포츠 브랜드의 겨울용 점퍼 매출은 7배, 유아동 상품 겨울 점퍼 매출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픈마켓에에서도 겨울 아우터가 인기다. G마켓에 따르면 한파가 들이 닥친 지난 한주(10월 13일-19일) 여성 패딩 다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98% 늘었다. 전주 대비로는 44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남성 패딩 다운은 전년 대비 251%, 전주 대비 720% 늘었다.

이례적인 때이른 한파에 패딩과 플리스 점퍼는 물론 모피 등 겨울옷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패션업체들은 겨울옷 특별매장을 예년보다 빨리 운영하거나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겨울옷이 진열되어 있다. 2021.10.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추워야 사는' 패션업계, 3년 불황 끝날까 이른 추위가 불어 닥치면서 패션업계는 기대감에 차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재유행과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 장사를 망쳤기 때문. 올해 추운 날씨를 분위기 반전의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패션업계는 침체 분위기였다. 노스페이스·디스커버리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비교적 선전했지만 밀레·네파 등 대부분의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예컨대 네파는 지난해 280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327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영업이익 역시 67억으로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밀레의 지난해 매출은 8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는 빨리 찾아온 추위와 더불어 '위드 코로나'로 겨울철 실적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4분기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되면 외출이 늘어나고 단가 높은 겨울옷 매출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실제 하반기는 패션업계 대목으로 꼽힌다. 아우터 등 단가 높은 의류가 판매되는 시기로 1년 매출의 약 70%가 몰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말 코리아세일페스타·크리스마스 등 대형 행사가 몰려 연간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점진적으로 되살아나는 분위기"라며 "여기에 이른 추위가 찾아오면서 단가 높은 겨울 의류 구매가 늘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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