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명품백' 시몬느 세 모녀의 가족회의 시몬느FC
오너 박은관 맏딸 박주원, 2017년 대표로 등장
올해 모친, 동생도 합류..이사회 멤버 모녀 3명
지배회사 ㈜시몬느 외에 지분 50%도 자매 몫
‘백 리 길을 갈 사람은 세 끼 밥만 준비하면 되지만 만 리 길을 갈 사람은 석 달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는 없다. 그에 따른 변화도 불가피하다. 가업세습도 매한가지일 게다.
명품 핸드백 세계 1위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제조업체 ‘시몬느’의 박은관(67) 회장이 2세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서서히 채비를 하고 있다. 두 딸 중 맏이 박주원(35)씨가 주인공이다.
묘했던 시몬느FC 40% 지분 이동
활동 무대는 시몬느 소속의 시몬느에프씨(FC)다. 핸드백 자체 브랜드 ‘0914’ 유통과 유럽·일본 브랜드 위주의 여성복 셀렉션 등 해외 수입브랜드 편집매장 ‘아데쿠베’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다. 본점 또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앞에 위치한 지배회사 ㈜시몬느 소유의 ‘0914 플래그쉽 스토어’에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1월 시몬느에프씨의 대표이사에 오른 이가 박주원씨다. 앞서 2014년 시몬느에 입사한 뒤 이듬해 ‘0914’ 총괄 디렉터 등을 거쳐 처음으로 계열사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31살 때다.
흥미롭게도 소유지분도 꽤 된다. 시몬느에프씨는 최대주주가 지배회사인 ㈜시몬느다. 지분 50%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50%를 박 대표가 여동생 박성원(33)씨와 함께 각각 25%씩 나눠 가지고 있다. 사업 주력사인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이하 ‘시몬느액세서리’) 지분 각각 0.33% 외에 유일하게 갖고 있는 계열 지분이다.
이러기까지의 과정에 묘한 구석도 엿보인다. 시몬느에프씨가 원래부터 3인 주주였던 것은 아니다. 시몬느에프씨가 설립된 시점은 2006년 1월로 당시에는 초기 자본금 10억원을 ㈜시몬느가 전액 댔다.
변화가 생긴 것은 6개월 뒤다. 10억원을 추가 증자하는 과정에서 ㈜시몬느(8억원) 외에 박주원·박성원 자매가 각각 1억원을 출자, 각각 5% 주주로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쯤에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시몬느가 지분 90% 중 40%를 박 회장 2세들에게 20%씩 넘겼다. 자매가 시몬느에프씨의 지분 절반을 보유하게 된 이유다.
시몬느 안주인의 무시못할 존재감
올해 들어서는 경영 구조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올해 5월 박 대표의 모친 오인실(65)씨와 여동생이 이사회 멤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래는 부친 박 회장과 시몬느그룹 창업멤버인 백대홍(69) 현 ㈜시몬느 대표가 앉아있던 자리다. 이로써 시몬느에프씨 이사회는 멤버가 3명으로 시몬느 모녀의 ‘가족회의’가 됐다.
말이 나온 김에, 시몬느의 ‘안주인’ 얘기를 하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 오인실씨가 소유한 계열 지분도 지분이거니와 경영 활동에 비춰볼 때,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갖고 있어서다.
오인실씨는 시몬느액세서리의 지분을 박 회장(37.17%) 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단일 2대주주다. 지분도 24.02%나 된다. 현재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시몬느액세서리의 예상 몸값(주당 공모희망가 밴드 기준 예상시가총액 1조3100억~1조6000억원)으로 따지면 최대 3660억원어치나 되는 주식이다.
경영 보폭도 넓다. 시몬느에프씨 뿐만 아니라 모태기업이자 지배회사인 ㈜시몬느의 사내이사직 자리를 초창기부터 줄곧 가지고 있다. 아울러 박 회장이 국내 계열 중 유일하게 대표를 맡고 있는 사업 주력사 시몬느액세서리에 최근인 올해 5월까지 등기임원(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기도 했다.
롤로코스터 타는 시몬느FC
어찌됐든, 박 회장의 2세들이 시몬느에프씨의 지분 50%를 갖고 있는 까닭에 향후 시몬느 가업승계시 재원으로 요긴하게 쓰일 개연성도 관심거리다. 다만 현재로서는 의문부호 세례가 쏟아진다. 벌이가 신통치 않아 지금 상태로는 돈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몬느에프씨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이다. 초기에는 벌이가 변변치 않았다. 6월결산법인인 시몬느에프씨는 2007~2008사업연도 매출 100억원대에 순익은 적자가 이어져 2009년 6월 말에 가서는 자산(80억원)보다 부채(93억원)가 더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손금이 33억원이나 됐던 탓이다.
이랬던 시몬느에프씨가 2009년을 기점으로 180도 딴판이 됐다. 공교롭게도 박 회장의 2세 자매가 소유지분을 50%로 확대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어마무시했다. 2010~2011년 한 해 매출 360억원에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웃돌았으니 말 다했다. 이익률이 무려 30%를 오르내렸다.
수입이 워낙 좋았던 터라 주주들에게도 적잖은 배당금을 풀었던 시기다. 2011~2012년 각각 20억원, 10억원 도합 30억원을 쥐어줬다. 2년간 박주원․박성원 자매가 챙긴 배당수익이 각각 7억5000만원 합계 15억원이다.
또 반전이다. 2014년부터 다시 형편없어졌다. 2012년 368억원을 찍었던 매출이 매년 예외 없이 뒷걸음질 치며 2016년 이후 5년간은 20억~40억대로 축소됐다. 순익 또한 2014년 21억원을 시작으로 많게는 40억원 7년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2014년 6월 말 211억원이던 자기자본은 올해 6월 말 55억원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한 때 188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을 해마다 까먹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지금의 시몬느에프씨는 경영성과가 썩 신통치 못하다는 의미다.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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