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접종자 부스터샷 맞으라는데..'백신휴가' 포기하는 직장인 속사정
"백신휴가 또 받으라고요? 괜히 말했다가 잘리지나 않으면 다행이게요."
태권도 도장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3)는 지난 6월 얀센 백신을 접종받은 후 약한 두통·발열이 있자 개인 휴가를 사용해 이틀간 집에서 쉬었다. 코로나19(COVID-19)로 도장 사범이 5명에서 3명으로 줄어 차마 '백신휴가'를 달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이씨는 최근 '얀센 접종자는 재접종 받아야 한다'는 뉴스를 접하자 걱정부터 앞선다. 또다시 개인 휴가를 사용해 백신을 접종받아야 할까봐서다.
지난 18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얀센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추가접종 계획을 좀 더 빨리 결정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방역당국은 100만여명이 얀센 접종을 완료한 6월에서 6개월 후인 12월 추가접종을 계획했다. 그러나 미국의 연구 사례에서 얀센 예방효과가 5개월 만에 88%에서 3%로 떨어진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접종 일정을 다음 달로 당기자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면역저하자들은 60세 이상 고령층·의료기관 종사자들보다도 2개월 남짓한 빠른 시기에 접종을 받는 셈이다. 이례적인 조치이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서는 부스터샷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리얼미터가 만 18세 이상 80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3.4%가 '부스터샷 접종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일부 직장인들은 부스터샷을 꺼리는 이유로 백신휴가 등 제도적 미비를 꼽는다. 경기도의 한 식품공장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2)는 "회사에 '예비군들이면 맞아야 하는 얀센 백신'이라고 말을 했는데도 '접종 때마다 휴가를 주면 공장이 안 돌아간다'고 하더라"며 "차라리 마스크 잘 쓰고 다니는 게 낫지 굳이 눈치를 봐가며 또 휴가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 역시 1일 매출이 한 달 매상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 부스터샷은 물론 1~2차 접종에도 백신휴가를 지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신모씨(50)는 "업주인 나도 백신 2차 맞고 저녁에 나와서 가게 열었다"며 "지원금 같은 것이 나온다면 몰라도 자영업자들이 2~3번씩 휴가를 줘가며 모든 부담을 질 수는 없다"고 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거나 자영업자, 비정규직의 경우 백신휴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백신을 접종한 이후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에 대비해 휴가를 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말 그대로 '권고사항'이어서 강제력이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로하는 직장인들일수록 휴가를 지급받기 어려워 부스터샷을 꺼릴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부스터샷 접종을 계기로 하루 일당이 걸려 있어 휴가를 내기 어려운 직종이나 자영업자들에게도 백신휴가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3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약 32.8%는 이상반응을 호소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백신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상반응 여부에 관계없이 휴가 여부가 사측 결정에 따라 바뀐 것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홍보본부장은 "정부가 휴가자 1인당 최저임금 1~2일치를 지급하는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제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직원들에게 백신휴가를 지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스터샷으로 인해 중증 비율을 낮추고 면역 효과를 강화하는 등 방역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신중히 접종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부스터샷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2달 안에 추가 접종을 결정해야 하나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접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우려가 있다면 접종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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