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과 않고 해명하다 역풍.. 경쟁주자 3인 한목소리 '맹폭'

곽은산 2021. 10. 2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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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두환 옹호' 발언 후폭풍
보수텃밭 대구 TV토론회서 충돌
洪 "보수정권 대통령 이 잡듯 수사"
劉 "제2의 전두환 되려는 생각이냐"
元 "인식의 천박함 나타내는 망언"
尹 "적재적소 인재 기용 강조한 것"
이준석 "악화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20일 대구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윤석열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20일 대구에서 열린 TV토론회에서 ‘보수 텃밭’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후보들은 전날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 두둔’ 설화를 놓고 공방을 펼치는 동시에 당원들이 집중 분포한 핵심 격전지에서 보수권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서로를 견제했다. 윤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잇따른 설화에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이날 대구MBC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실언을 거론하며 “국민의힘 당 대표실엔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전 전 대통령처럼) 공과가 있었지만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공과에 대한) 평가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의 전두환이 되겠다는 생각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대학 시절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 12·12 군사반란에 대해 모의재판을 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그 이상으로 그(호남)분들을 위로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도 보수 정권 대통령 수사를 주도했던 윤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저절로 드러난 사건에 대해서만 전직 대통령 수사를 했다고 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18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16개 혐의다. 이 잡듯이 수사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수사를 하다 보면 다른 사람 범죄도 수사하게 되고, (혐의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지 않느냐”고 답했다. 홍 후보가 “5공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 형도 잡아넣었다”고 하자 “지난번 대선 나오셔서는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고 하시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

원희룡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인사 용인술의 교과서라 생각한다”며 윤 후보를 향해 인사 철학에 관해 물었다. 윤 후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권력을 쥐여줄 때는 나눠서 견제하게 했다”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 후보를 “대장동 1타강사”라며 띄워주기도 했다.
20일 대구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구·경북 합동 토론회에 앞서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후보. 대구=연합뉴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전두환 정권이 독재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대통령이 유능한 인재들을 잘 기용해서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설화가 발생할 때마다 “앞뒤 문맥을 보면 원래 취지를 알 수 있다”며 일축했다가 더 큰 논란을 부르고선 다시 해명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설화도 5·18의 아픔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위임 정치의 사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거론한 것 자체가 바람직한 정치인의 언어가 아니라는 지적에도 취지를 살피라며 논란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윤 후보가 설화를 반복하는 이유는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캠프의 공식 메시지 대신 본인 판단대로 말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라디오에서 “캠프 내에서 ‘후보님, 이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시정할 수 있는 좌장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에서조차 이날 맹공이 쏟아졌다. 원 후보는 “솔직하게는 본인의 역사 인식과 어떤 인식의 천박함을 나타내는 망언이라고 본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생각을 교정하고 진솔하게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 호남을 가장 먼저 방문하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서진(친호남) 정책을 계승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일이 악화하지 않도록 조속히 조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 캠프 대외협력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사과를 건의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전남·전북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송영길 대표는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것과 진배없다”고 지적했다.

대구=곽은산 기자, 이현미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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