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실수요 숨통·갭투자는 원천봉쇄.. 깐깐해진 전세자금대출

허지윤 기자 2021. 10. 21.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이 전세자금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자, 전세금 대출을 중단했던 은행들이 대출을 재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걱정해온 무주택자의 숨통은 다소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주택을 한 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기준이 까다로워, 1주택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담 전용 창구 안내문이 걸려 있는 모습.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연말까지 전세대출 그리고 집단대출의 경우에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은 지난 8일 중단한 일반 전·월세 보증금 신규 대출을 오는 22일부터 재개한다. 전·월세 계약 잔금일 이전인 경우에만 보증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 세 들어 사는 집의 전·월세 계약을 갱신하려는 세입자의 경우, 계약 갱신 시 증액 부분에 한해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농협 상호금융도 지난 8월 27일부터 중지됐던 지역 농·축협 준조합원 및 비조합원 대상 전세자금대출을 20일 판매 재개한다. NH농협은행도 중단했던 전세자금 대출을 지난 18일부터 재개했다. 이 은행은 가계 부채 증가율이 7%대를 넘어서자, 지난 8월 24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전세 대출을 포함한 신규 담보 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었다.

전세자금 대출 재개는 최근 금융당국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4분기 전세 대출을 총량관리한도(증가율 6%대)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대출 총량 관리 규제 영향으로 하반기 시중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아예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하자, 서민층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과 지적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에 비해 대출 여력이 있었던 신한은행의 경우, 모집인을 통한 전세 대출 한도를 이달부터 연말까지 5000억원으로 제한하려 했다가, 전세자금 대출이 가계대출총량관리 대상에서 빠지면서 이 제한을 없앴다. 지점별로 가계 대출 한도를 정해 관리하던 KB국민은행, 우리은행도 전세자금 대출을 한도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대출 규제 영향으로 조였던 전세자금 대출을 실수요 보호를 위해 푸는 셈인데, 이에 따라 연말 전세 대출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현재 전세 대출 한도는 민간 보증보험사인 SGI서울보증보험 보증서 대출의 경우 임차보증금의 80% 내에서 최대 5억원이다. 주택금융공사는 보증금의 80% 이내에서 2억2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보증금의 90% 범위에서 4억원까지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 대출 문턱은 높은 편이다. 증액 대출과 1주택자의 전세 대출도 쉽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부부 합산 보유 주택이 1주택 이상인 경우, 신규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신청할 수 없다고 했다. 카카오뱅크와 다른 금융기관에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보유 중인 경우에도 증액 대출이 불가하다.

5대 은행의 경우 오는 27일부터 1주택자의 경우 비대면 방식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은행 창구에서 심사를 통과해야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한 갭투자를 봉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주택자의 경우 일시적 1주택자이거나, 보유 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매물로 내놓은 경우 등 차주의 상황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다”며 “대출 심사를 통해서만 대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규제 강화는 전세금을 끼고 집을 사는 소위 ‘갭투자’가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시가 9억원 초과 보유 1주택자 전세자금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세 9억원 미만 1주택자이거나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보니, 이후에도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해 갭투자를 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전세 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 대출이 6% 이상으로 증가하더라도 용인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세 대출 규제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커지면서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금융 당국을 압박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가계 부채 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실수요자가 전세 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한 바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