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 다 떼고도 12년 만에 ACL 파이널, 이것이 바로 '기동 매직'

김가을 2021. 10. 2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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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전주=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것이 '(김)기동 매직!'. 포항 스틸러스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진출했다. 라이벌 울산 현대를 혈투 끝에 승부차기서 눌렀다.

전통의 명문 포항 스틸러스의 2021년 시작은 암울했다. 몇 년째 이어진 허리띠 졸라매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 나갔다. 지난해 포항의 공격을 이끌던 '막강' 공격진이 타 구단으로 이적하며 전력이 약화됐다. 공격수 일류첸코는 전북 현대, 미드필더 팔로세비치는 FC서울로 이적했다. 선수단의 잇단 이탈. 외국인 선수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여름, '포항이 키운' 송민규가 전북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포항은 든든한 수문장 강현무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아픔을 겪었다.

차포를 모두 뗀 포항.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포항을 지키는 힘의 중심에 김기동 감독이 있었다.

김 감독은 포항에서 선수 시절 주장으로 활약하며 전성기를 이끌던 구단의 레전드다. 포항에서 10년 이상 선수와 지도자로 활약했다. 그는 2019년 4월 최순호 감독의 뒤를 이어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의 축구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두 차례 당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포항은 202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나고야(일본)에 1무1패로 열세에 있었다. 하지만 8강에서 보란듯 설욕에 성공했다. 포항은 17일 열린 나고야와의 대결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계속 고민한다. 상대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준비한다. 계획을 세우고, 실전에서 유연하게 대처한다"고 말했다.

두 번은 당하지 않는 포항.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바로 '동해안 라이벌' 울산 현대였다. 포항은 '하나원큐 K리그1 2021' 세 경기에서 1무2패로 열세에 놓였다. 설욕에 나섰다. 포항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ACL 4강전(단판 승부)을 치렀다. 악재가 있었다. 중원의 핵심 신진호가 경고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변수 속에서도 포항은 굳건했다. 킥오프와 동시에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팔라시오스와 이승모가 번갈아 슈팅을 날리며 울산의 골망을 노렸다. 울산의 뒷문은 단단했다. 오히려 후반 7분 울산 윤일록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물러서지 않았다. 동점골을 향해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포항에는 행운까지 따랐다. 후반 중반 울산 미드필더 원두재가 거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수적 우위를 점한 포항은 계속 몰아쳤다. 포항은 정규시간 종료 직전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그랜트의 헤딩슛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까지 120분의 혈투로도 승패는 갈리지 않았다. 살떨리는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포항의 집념이 더 강했다. 포항은 키커 5명이 모두 성공한 반면, 울산은 첫번째 키커 불투이스가 실축하며 눈물을 흘렸다. 승부차기 결과, 5-4 포항 승리였다. 이로써 포항은 2009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ACL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포항은 다음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알 힐랄(사우디)과 결승전을 치른다.

경기 뒤 김 감독은 "사실 난 하는 게 없다.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어서 한 발 뒤에서 본다. 선배들이 포항이 가진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팀이 단단해지는 것 같다. 사실 (ACL) 16강만 가도 좋겠다고 했다. 여기까지 왔다. 기쁨도 있지만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한국을 대표해서 간다. 한국 축구 위상을 알리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 가지고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이던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지도자로 ACL 결승에 간다. 그는 2009년 포항 ACL 우승 멤버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단계별로 상금을 준다. 또 16강에 오르면 10만달러, 8강에 진출하면 15만달러를 상금으로 추가 지급한다. 준결승 진출팀은 25만달러를 더 가져간다. 이번 대회 준우승팀에는 200만달러, 우승 상금은 400만달러. 울산은 조별리그부터 차근차근 상금을 적립했다. 포항은 준결승전 승리로 277만 달러(약 32억8000만원·준결승 승리 수당 제외)를 확보했다.
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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