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트라우마, 더 많은 관심 필요하다

한겨레 2021. 10.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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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부마민주항쟁 42주년이 되는 해다.

엄혹한 박정희 유신체제에 항거하여 싸운 부마민주항쟁도 벌써 한 세대가 넘는 세월이 지났다.

그는 평생을 트라우마로 인한 대인기피증, 우울증, 분노조절장애에 시달렸다.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는 신체 상이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포함한 정신적 상이에 대한 보상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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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차성환 |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올해는 부마민주항쟁 42주년이 되는 해다.

엄혹한 박정희 유신체제에 항거하여 싸운 부마민주항쟁도 벌써 한 세대가 넘는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그 세월 동안에도 여전히 그때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ㄱ씨는 중학생 시절 부마항쟁을 겪었다. 중국집 배달원을 하면서 부마항쟁이 일어나자 호기심에 시위대를 따라다니다가 체포되었다. 곤봉에 맞아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렀지만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았다. 파출소를 방화했다는 자백을 하지 않는다고 고문을 당했다. 거꾸로 매달아 놓고 콧속으로 고춧가루 탄 물을 들이붓고 곤봉으로 때렸다. 거짓 자백을 한 뒤에는 방화범으로 몰려 구속되었다. 이후 10·26사건이 나면서 40여일 만에 기소유예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다니던 학교에도 복학을 못해 학업을 중단했다. 그는 평생을 트라우마로 인한 대인기피증, 우울증, 분노조절장애에 시달렸다. 비만 오면 고문당하던 기억이 떠올라 잠을 못 잤다. 술로 잊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미칠 듯한 분노에 시달렸다. 그는 지금도 자기를 고문했던 형사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을 가지고 살고 있다.

ㅂ씨는 당시 서울에서 과외 교사를 하면서 성당을 다니던 독실한 여성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유신체제에 비판적인 신부님들의 강론을 들으면서 영향을 받았다. 그러던 중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이 터졌다. 그는 상황을 직접 보고 싶어 혼자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여관에 짐을 풀어놓고 거리를 걷던 중 만난 어떤 젊은 청년에게 성당에서 들었던 유신체제의 폭압적 상황을 얘기해줬다. 그리고 그 직후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는 경찰관에게 누가 시켜서 부산에 왔는지 대라는 추궁을 계속 받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고 했지만 추궁은 그치지 않았다. 자루에 집어넣어 해운대 바다에 빠뜨려 죽이겠다는 위협, 잠 안 재우는 고문, 물고문 등을 받으며 그는 거의 반죽음 상태가 되었다. 그는 군사재판을 받고 1980년 3월에 석방되었다. 사건 이후 그는 오랜 세월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수면제가 있어야 잠이 들고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지금도 그는 낯선 전화가 오면 혹시 뒷조사를 당하는가 싶어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부마민주항쟁에 참여했다 체포된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4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정신적 상이를 앓고 있다. 증상은 다양하지만 원인은 하나다. 역사가 만들어낸 트라우마는 지금도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는 신체 상이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포함한 정신적 상이에 대한 보상을 시행하고 있다. 최초의 트라우마 상이에 대한 보상은 2016년에 이뤄졌다. 민사재판의 판결문을 근거로 관련자 한 사람이 보상 신청을 했고 위원회는 인정 결정을 했다. 2018년 또 한 사람의 관련자가 보상 신청을 했고 그때부터 위원회는 트라우마 상이에 대한 보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인정자가 2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인정받고 있다. 과거사를 다루는 위원회에서 정신적 상이에 대한 보상을 시행하기는 처음이다. 오랜 세월 인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다소의 위로라도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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