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일출봉 암벽면에 축구장만한 영상 쏜다는데…
문화재청 “생태계 악영향” 반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성산일출봉의 암벽을 활용해 대형 영상물을 상영하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제주도는 경제성 검토를 거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암벽 면에 축구장 크기(가로 120m, 세로 80m)의 영상물을 빔프로젝터로 직접 쏘는 방식으로 상영하는 ‘영상 미디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 40여억원을 투입해 성산일출봉 매표소 동쪽 야외 공연장에 빔프로젝터 9대, 스피커 4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영상이 상영되는 암벽은 성산일출봉 입구 매표소에서 보이는 벽면으로, 빔프로젝터에서 약 450m 떨어져 있다. 제주도는 화산 활동으로 인한 성산일출봉의 생성 과정과 성산리 마을의 역사와 문화 등을 주제로 10여 분 정도의 영상물을 제작해 매주 2차례 상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18년 ‘세계자연유산 보존·활용 종합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 일본의 세계자연유산 지구인 시레토코의 ‘오로라 판타지’를 벤치마킹했다. 시레토코에서는 매년 2~3월 오후 8시부터 20분간 오로라를 재현하는 레이저 쇼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근거로 성산 주민들은 야간 볼거리 관광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2019년 10월 제주도에 요구했다.
제주도는 지난 6월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심의를 신청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출봉 영상 미디어는 매년 1월 1일 열리는 성산 일출제에서 선보인 바 있다”며 “지난해 세계유산축전에서도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일출봉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제주 자연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일회성이 아닌 반복적인 빔 사용은 자연유산 보존과 경관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상변경 불허를 통보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설치하려는 빔프로젝터는 현재 시중에 나온 것 중 밝기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지역 조류 전문가는 “성산일출봉 암벽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인 매의 서식 및 번식지”라며 “동물과 식물이 강한 빛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면 악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연구원에 이번 사업에 대한 경제성과 환경 문제에 대한 타당성 정밀 검토를 의뢰했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문화재청과 재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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