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가 했다' 취지 발언 하루 만에 '나는 몰랐다', 국민 우롱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틀 전 국정감사에서 ‘왜 (대장동)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됐느냐’는 질의에 “삭제한 게 아니고 (그 조항을)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이 비슷한 취지의 말을 수차례 했다. 이 말을 듣고 이 조항을 넣지 못하게 한 사람은 이 지사 본인이었다고 해석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지금까지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가장 큰 의문은 누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없앴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지사는 자신이 그 장본인이라고 한 것이다. 장본인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해 민간 사업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800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추가 이익 환수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5년 성남도공이 화천대유와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만든 내부 보고서에서 해당 조항이 7시간 만에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구속된 유동규씨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지사의 국감 첫날 발언을 놓고 ‘배임 혐의와 직결된 핵심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가 자신이었다는 걸 자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지사는 이 같은 취지의 언론 보도에 대해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 지사 측의 말은 다음 날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이 지사 측은 처음에는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은 이 지사가 아니라 성남개발공사라고 했다. 발언을 주워 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20일 국정감사에선 이 지사가 직접 나서 “해당 조항을 넣자는 일선 직원 건의가 있었다는 건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당시 나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뺀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때 간부 선에서 채택되지 않은 게 팩트”라고도 했다. 자신이 아니라 ‘간부’가 문제의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이틀 만에 ‘난 몰랐다’로 180도 바뀌었다.
이 지사는 구속된 유동규씨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사건 초기엔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이 미어터질 것”이라더니 국감 첫날엔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고 했다. 그러다 두 번째 국감에선 ‘정말 중요한 인물’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유씨가 이 지사 선거를 돕다 2010년 성남시설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된 것에 대해선 “인사 절차 자체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유씨가 이재명의 ‘장비’로 불리는 실세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다.
대장동 게이트와 같은 대형 의혹 사건에 대해 생업에 바쁜 일반 대중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정치인들은 이 점을 이용해 말 돌리기, 말 바꾸기, 궤변, 강변으로 대중에게 실체를 가리고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이미지를 주려고 한다. 뻔뻔하게, 천연덕스럽게 할수록 대중의 눈을 더 잘 속일 수 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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