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부러 핵심 피해 가는 검찰, 증거 나올까 두려운가
검찰이 입국 즉시 공항에서 체포한 남욱 변호사를 43시간 만에 석방했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 변호사는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함께 뇌물 공여를 약속하고 공공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의혹이 커질 무렵 미국으로 떠나 핵심 피의자 중 가장 늦게 수사를 받았다. 검찰이 수사를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체포 시한인 48시간 수사를 완료하고 영장을 청구하기엔 시간이 짧아 석방했다”고 했다. 애초에 공항에서 굳이 체포할 이유도 없었다. 공항 긴급 체포는 검찰의 쇼 아니었나. 법조계에선 검찰이 일부러 무능을 드러내려는 것 같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남 변호사는 입국 전 “제가 알고 있는 한 거기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거기’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말한다. 그가 이 지사의 시장 선거를 도우면서 “이 후보가 당선되면 사업이 빨라진다”고 한 과거 발언에 대해선 “과장해서 한 얘기”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남 변호사의 발언을 이 지사를 옹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남 변호사가 국면 전환을 위해 정권과 짜고 입국했다는 ‘기획입국설’이 나온다. 억측이라고만 할 수 없다. 수사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정치적 시각에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들이 이번 대장동 의혹 수사에선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여론에 밀려 수사 착수 20일 만에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증거를 없앨 시간을 줄 작정이 아니라면 일을 이렇게 질질 끌 수 없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시장실과 비서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계속 제외하고 있다. 시청 서버를 압수수색하면서도 대장동 개발 당시 시장인 이재명 지사와 최측근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의 이메일 기록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까 두려워 일부러 핵심을 피해 간다는 인상이 짙다. 경찰이 한나절 만에 찾아낸 유동규씨 휴대전화를 거짓 해명까지 하면서 열흘 동안 찾지 못한 것도 검찰이다. 심지어 여당 대표는 검찰에 12월까지 수사를 끝내라고 한다. 여당과 이 지사의 공격적 태도도 검찰 수사가 어떻게 굴러갈지 확신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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