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라지는 고향 되살릴 길 찾아야
[경향신문]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이원수 시인의 시 ‘고향의 봄’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이 노래는 국민동요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살았던 고향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내 고향은 ‘소멸 위험지역’ 36곳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소멸 우려지역’ 38곳에는 포함됐다.
1985년 고향을 떠날 때만 해도 약 60가구에 200명 이상이 거주하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으나 현재는 10가구에 15명 정도 살고 있으며 평균 연령도 70세 이상이다. 빈집은 거의 헐어서 없어졌고 동네는 대나무와 잡초가 무성하다. 모두 고향을 떠나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서 전국으로 흩어져 살고 있고 가끔 경조사나 향우회 때 만날 수 있다.
늦었지만 정부가 위기대책을 마련하고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다니 다행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원을 지원하는 지방소멸 대응 특별양여금을 내년부터 신설하기로 했다. 농어촌에서 빠져나가는 인구를 붙잡고 수도권 인구를 산발적으로 유입시켜 지방소멸 위기를 지연하는 데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돈만 투입하는 방식의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소멸위기 지역으로 인구를 유입시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소멸위기 지역의 주택 매매 및 신축 시 세금 면제, 농지취득자격 완화, 상하수도 정비 등 법과 제도, 그리고 행정서비스가 필요하다. 소멸위기 지자체는 농지나 집의 소유자를 파악하고 거주를 원하는 사람이 필요할 경우 원활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들도 다시 돌아갈 계획이 없다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농지나 집터 등을 이전해 마을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만 무성한 고향 집터는 살고 있는 고향사람과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흉물로만 보일 뿐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농어촌 등 지방도시의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정부와 지자체는 지방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이다.
이재호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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