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강아지 목줄, 필요없어요”
독일어 ‘Das Hundeauslaufgebiet’는 우리말로 ‘강아지 자유 구역’ 정도로 해석된다. 내가 즐겨 찾는 베를린 남서쪽 공원 그루네발트(Grunewald)의 경우 입구에서부터 “개가 입마개나 목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안내문을 볼 수 있다. 이곳 숲은 식물의 자연스러운 생장과 퇴화를 위해 최소한으로 관리되는데, 그러다 보니 숲이 우거진 특정 구역의 경우 “반려견 배설물을 무리해서 치울 필요 없다”는 내용의 관청 안내문도 찾아볼 수 있다.

그루네발트 공원 안에는 커다란 반제 호수(Wannsee)가 있다. 역시 개들이 자유로이 수영하고 노닐 수 있는 구역이다. 물가에서 주인과 물놀이를 하거나 강변 모래밭에서 흙장난하며 뛰논다. 이 공원에서는 제법 흔한 광경이지만, 어떤 제약도 없이 저마다 다른 곳에서 온 수많은 개 혹은 강아지들이 주인 곁을 벗어나지도 않고 안전사고도 없이 저들끼리 노니는 모습은 신선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거의 언제나 반려견을 볼 수 있다. 반려견 세금까지 있는 나라답게 개들도 요금을 낸다. 주(州)마다 다르지만 보통 소형견은 무료, 대형견이나 두 마리 이상의 개는 어린이 요금을 지불하도록 규정돼 있다. 개와 인간을 어느 정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만큼 예절도 철저히 교육한다. 자유가 방종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개들은 모두 목줄과 입마개를 하고, 대체로 주인이 앉은 의자 사이에 엎드려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건널목에서 목줄을 착용한 채 차가 오지 않아도 주인 옆에 앉아 얌전히 기다리는 개를 쉽게 볼 수 있다. 주인이 출발하자고 신호를 보낼 때까지 그 자리에서 꽤 오랫동안 기다리거나, 마음이 급해 엉덩이를 들썩이면서도 짖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는 연습을 개들은 반복하고 있다. 자유롭기 위해 지킬 것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개와 사람을 위한 시민 의식, 그것이 공존의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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