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정치가 망친 위안부 기림비
최근 주(駐)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이 지역의 일본군위안부 기림비가 이슈가 됐다. 기림비가 세워진 지 4년이 넘도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들이 한 번도 참배를 안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김영호 의원 등이 “일본이 기림비 철거 로비를 하니 공관장이 나서 막으라”고 했다. 총영사는 “공관장이 대놓고 기림비를 관리하면 외교 분쟁이 날 수 있다. 민간 주도로 하는 게 낫다”고 답했다. 그러자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위안부는 일본 잘못인데 무슨 외교 분쟁이냐”고 호통을 쳤다. 이 의원들은 솔선수범하듯 다음 날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로 몰려갔다. 이곳은 이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윤미향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다녀간 곳이다.
이런 장면은 여당이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공식을 잘 보여준다. 바로 ‘최대한 세를 모아 일본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다음’을 고민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한일 관계가 파탄 나면 더 좋다. 친일 매국노냐 독립 투사냐 여론을 갈라 치기해 도덕적 우위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는 현 집권 세력에 가성비 좋은 국내 정치용 비즈니스가 됐다.
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한국 정치인들이 나설수록 위안부 문제의 국제적 공론화는 진전을 멈춘다. 지난 2007년 미 연방하원 의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과 한국계 미국인들의 피땀어린 노력, 마이크 혼다라는 뜻있는 일본계 의원 등의 후원으로 ‘위안부 결의안’이 처음 통과됐다.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고 올바른 역사 교육을 촉구하는 이 결의안에 따라 2010년 뉴저지주에 시의회 주도로 해외 첫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고, 뉴욕·LA에도 기림비가 들어섰다.
이걸 본 한국 정치권과 한인 단체들이 기림비 건립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4년쯤부터 해외 위안부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한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소문은 현지에서도 파다했다고 한다. 미 교민과 지자체가 기림비를 세우는 데 한화 100만~200만원이 들었다면, 윤 의원이 주도한 ‘평화의 소녀상’은 운송비까지 5000만원이 넘었다. 그의 공금 횡령 의혹이 제기되기 전의 일이다.
초기 위안부 운동가들이 ‘미국 시민의 주도로, 보편적 여성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는 명분을 갖췄을 땐 일본도 어쩌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한일 간 외교 분쟁이 되고, 독점 단체의 윤리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일본은 반격에 나섰고 미국도 주춤했다. 바이든 정부는 외국이 미 여론과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행위에 극도의 거부감을 갖는다. 위안부 기림비는 공교롭게도 반일을 내세운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래 각국에서 건립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간신히 지난해 세워진 베를린 소녀상은 존치가 불투명하다. 아이러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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