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정치, 남자만의 영역 아닌가요?"
여성 위한 조직생활 가이드 속속
절판된 책 15만원에 호가되기도
Q: “사내 정치 꼭 해야 하나요? 그냥 맡은 일 열심히 하면 알아주지 않을까요?”
A: “사내 정치는 네트워크다. 좋은 의미의 사내 정치는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을 곁에 많이 두는 거다. 혼자는 힘이 없지만 사람이 많으면 팀과 동료를 위해서 더 큰일을 해낼 수 있다.”
지난달 출간된 책 ‘회사에서 나만 그래?’의 내용 중 한 구절. 이 책은 여성들에게 직장에서의 처세를 조언하는 팟캐스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언슬조)’ 운영자들이 썼다. 직장생활 6~20년 차 여성 6명으로 구성된 ‘언슬조’는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남자들의 정치’”라며 “억지로 술과 골프를 하지 않아도 상사가 귀찮아하는 일을 도와주는 등 유연하게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한다.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여성들을 위한 조직생활 가이드가 속속 출간되고 있다.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 속에서 여성이 현명하게 조직에 융화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나대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주입받아온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나서 제 몫을 챙기라”고 조언한다. ‘회사에서 나만 그래?’를 낸 콜라주 출판사 배윤영 대표는 “수많은 여성들이 여성 커리어 관련 강의 플랫폼에 돈을 쓰는 걸 보고 책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새로운 규칙’이라는 부제를 달고 지난 6월 출간된 ‘뉴 룰스’는 스타트업 대표, 기업 임원 등 여성 리더 26명의 대담집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여성은 많지만, 야망을 말하고 요구하는 여성은 드물다”며 적극성을 독려하고 “내가 잘돼야 내 옆의 여성들이 잘되고, 내 옆의 여성들이 잘돼야 내가 잘된다”면서 연대를 강조한다.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이달 초 낸 에세이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에도 후배 여성들에 대한 조언이 담겼다. “아부가 적성에 안 맞는다며 상대에게 잘 보이길 포기하거나 괜한 오해의 소지를 주지 않겠다며 칭찬을 건네는데 외려 인색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게 되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출산·육아와 함께 여자 선배들이 떠나버려 조직 내 마땅한 롤모델이 없는 20대 여성들의 갈증이 절판된 책을 되살리기도 한다. 독일 법조인 페터 모들러가 쓴 ‘오만하게 제압하라’는 2013년 리더스북에서 출간된 뒤 절판됐다가 지난해 봄이아트북스에서 다시 나왔다. “여자들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라 믿는 남자들이 상당히 많다. 전달하고자 하는 말에 무게를 실으려면 말이 아닌 다른 의사소통 단계를 이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미미 봄이아트북스 편집부장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이 책이 회자되며 중고책이 15만원을 호가하는 걸 보고 재출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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