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검색했더니, 재고현황까지 보여주네
19일(현지 시각) 구글 검색창에 ‘자전거용 헬멧(bike helmet)’이라고 입력했다. 지도상에 주변 상점에서 어떤 헬멧을 보유하고 있는지, 현재 재고가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표시됐다. 그 정보를 믿고 월마트에 가보니 며칠 전까지 품절이었던 검은색 헬멧이 매대에 걸려 있었다. 구글의 최신 검색 기술 덕분에 헛걸음하지 않고 원하던 물건을 살 수 있었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로 무장한 테크 기업들이 검색이나 메신저 같은 기존 서비스에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관련 광고 시장이 커지자 너도나도 AI 기반 쇼핑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AI 통해 카메라 비추면 추천 제품 연결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2조6996억달러(약 3171조원) 규모인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5년엔 3조4533억달러(약 4056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AI와 이미지 인식 같은 기술을 두루 가진 테크 기업들은 아마존이 독주하고 있는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달 29일 “기존보다 언어 이해 능력이 1000배 강력한” MUM(다중 작업 통합 모델) 기반 검색을 선보였다. MUM은 AI로 사용자의 검색 맥락을 이해한다. 주변 매장에서 자전거용 헬멧을 판매하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도 MUM 덕분이다. 구글은 “사용자가 아크릴 물감을 검색하면 이 물감의 정의부터 시작해 온·오프라인 구입처, 사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까지 관련 정보를 한꺼번에 보여준다”고 했다. 제품을 검색하고, 판매처를 찾은 뒤, 재고 유무까지 따로 알아보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한 번에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기존보다 정교한 AI 이미지 인식 기술도 쇼핑 검색에 적용되고 있다. 제품 이름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몰라도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이미지만 인식시키면 관련 제품을 찾아준다. 구글의 이미지 인식 프로그램 구글렌즈에 화려한 무늬의 셔츠를 인식시키고 ‘이 무늬를 가진 양말’이라고 치면, 비슷한 디자인의 양말을 추천받을 수 있는 식이다.
메신저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도 지난 5월 AI가 사진 속 상품을 인식해 유사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스크린숍’ 기능을 도입했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가 게시된 사진 속 제품을 클릭하면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옷이나 신발 같은 제품을 증강현실(AR)로 시착해 볼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광고 알고리즘 개선하며 쇼핑 유도
틱톡⋅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 업체들도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다른 서비스로 빠져나가지 않고 바로 쇼핑할 수 있게 하면서 더 자주 찾고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트위터는 지난 12일 AI를 적용한 광고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클릭할 가능성이 높은 광고를 맞춤형으로 제시한다. 예컨대 음식 레시피에 대한 글 밑에는 AI가 식품·음료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카마라 벤저민 트위터 제품그룹 매니저는 “이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찾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틱톡은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와 손잡고 인플루언서들이 홈쇼핑처럼 생방송 중계를 통해 바로 물건을 팔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테크 기업들이 쇼핑 기능을 강화하는 배경엔 광고 수익이 있다. 급성장한 전자상거래 시장에 광고가 몰리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중이다. 아마존엔 광고가 몰리고, 구글은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이 하락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아마존과의 전쟁에서 빼앗긴 광고주를 되찾기 위해 AI 기반 검색 기능을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의 물품 구매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쇼핑 기능 강화의 이유다. IT 업계 관계자는 “광고 수익과 고객 데이터 확보는 테크 기업들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전쟁터”라며 “테크 기업들의 쇼핑 기능 강화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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