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미래] '바야흐로' K창작물에 던지는 삐딱한 단상
[경향신문]
“바야흐로”라는 예스러운 표현이 사랑받는 때가 돌아왔달까. “바야흐로 한국의 창작물, ‘K창작물’이 세계의 눈길을 끈다. 당신은 창작자인데, 해외에 당신의 K창작물을 팔 전략은 무엇인가?” 요즘 가끔 듣는 질문이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당황스럽다.
외국사람 여럿을 친구로 둔 한국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도 자주 듣는다. “서구 선진국 사람들도 자기네 문화 잘 모르고 관심도 없더라. 그 친구들도 한국 아이돌과 한국 영화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더라. K창작물의 시대다. 서양 고전 문헌에 기초한 당신 같은 작업은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안 팔릴 거다.”
‘자기네 오랜 문화에 관심 많은 외국사람이라면, 자기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겠지요.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고 한국사람과 친구 맺고 싶은 외국사람이라면 자기네 문화에 관심이 없고 잘 모르겠지요.’ 이런 생각이 들지만, 나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아, 내가 만화로 만드는 서양 고전이 안 팔릴 것이라는 지적은 동의한다).
내가 못마땅한 독자도 있을 터이다. “자기 작품을 해외에 수출해보지 못한 작가가 감히 K창작물의 도도한 흐름에 딴죽을 거느냐?”며 내 자격을 문제삼을 수도 있다. 다른 나라 출판사와 두세 건 정도 내 작업의 출판 이야기가 오고간 적은 있는데, 계약 성사는 아직 없다.
나는 왜 이렇게 비딱한가? K창작물의 세계 진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10여년 전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 작품으로 세계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자신감에 넘쳐서가 아니다. ‘내 작품이 안 팔려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인문교양 지식만화가인데, 해마다 인문교양서의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을 보며, 고민을 많이 했다. 해외진출 문제도 그 고민 중 하나다. 기존 출판시장이나 레거시 미디어에 관심 많은 분은 “살아남기 위해 미래시장을 고민한다”는 내 말에 바로 공감하실 듯싶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K창작물에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인데, 어떤 작품이 사랑받을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고 전략도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팔리고 안 팔릴지는, 파는 쪽인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사람은 한국 문화의 어떤 점을 좋아하나? 우리는 모른다. 예전 어느 음식 칼럼에 나는 이렇게 썼다. “영어권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 가운데 감자 핫도그가 있다.” 갈비도 불고기도 아니다. 외국사람이 생각하는 한국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와 사뭇 다르더라는 이야기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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