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커뮤니케이션의 첨병 '사장 한턱 자판기'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1. 10. 2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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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칼럼니스트

일본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색 자판기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정말 온갖 물건이 자판기로 판매되는데 일본에 자판기가 등장한 것이 무려 120년 전이라고 한다. 인건비가 들지 않고 24시간 판매 가능한 특성이 있기에 이제는 만물상처럼 무엇이든 파는 무인점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최근에는 즉석에서 우동국물을 우려주는 자판기가 등장해 인기를 끄는가 하면 초밥, 맥주에서 심지어 자동차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이렇듯 '자판기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한 음료회사가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판기를 출시해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 확산과 시차출근 등이 진행돼 직원간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느끼는 기업이 늘어난 게 현실이다. 일본능률협회가 1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직장 내 잡담이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느낀다'고 응답 한 사람이 80%에 달했지만 57%가 코로나 유행병으로 '잡담이 어렵게 됐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막혀 있는 과제를 해결해 보자고 나선 이색 자판기 서비스가 등장했다. 산토리식품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가 기업을 상대로 한 새로운 서비스 '사장 한턱 자판기'를 출시했다. 직원 2명이 전용 자동판매기 결제패널에 사원증을 동시에 터치하면 두 사람의 음료가 각각 무료로 나오는 게 주내용이다. 음료는 물론 '사장 한턱 자판기' 설치비용도 법인이 부담한다. 기존 자판기를 개조해 사원증을 읽을 수 있는 인증 기반을 새롭게 장착하면 된다. 물론 돈을 투입하면 정상적으로 혼자 구매할 수 있는 기본기능은 없애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런 얼토당토않은 자판기를 개발했을까. 이 서비스를 개발한 산토리의 음료솔루션사업 추진본부장은 "사무실에 있을 때 중요한 잡담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자판기로 늘리고 싶었다"고 개발 의도를 말한다. 자판기에 혼자 갈 때는 그냥 무의미한 리프레시 공간이지만 2명이 '합심'해서 가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사원 2명이 사장이 쏘는 음료를 얻어먹기 위해 작당해서 자판기로 가는 것만으로도 '좋은 잡담'을 늘릴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영업하면 충분히 판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개발목표다.

이 음료회사의 젊은 직원이 중심이 돼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서비스의 네이밍 작업도 단순하고 재미있다. 외부 판매를 하기 전에 사내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사원들이 공짜음료를 마시고 나서 "사장님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길래 그걸 계기로 자판기 상단에 '사장 한턱 자판기'라고 크게 쓴 패널을 설치했고 구매기업의 요구에 따라 '공장장 한턱 자판기' 등 문구의 변경이 가능하게 했다.

이후 다른 회사 공간을 활용해 실증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1개월에 1000회 정도 이용했다. 즉 자판기를 통해 1000쌍의 커뮤니케이션 커플이 태어난 것이다. 도입하는 기업에는 자판기 1대에서 20만엔(약 205만원)~30만엔(약 307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지만 이 실험을 주도한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코로나 이후 사무실 구성이나 출근빈도의 변화에 따라 직원들이 사무실에 모이는 의미를 생각했을 때 이 비용을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결코 높은 금액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응답자의 98%가 '의사소통의 계기가 됐다'고 답변했다.

한편 산토리는 이 자판기에 무료 가능한 시간과 요일, 같은 쌍으로 무료 가능한 상한횟수 등을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수도권부터 순차적으로 배포를 시작하고 내년까지 100개사 도입을 목표로 한다.

사장과 대화, 사내 게시판 활성화, 칭찬 릴레이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통해 억지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끌어올리는 방법보다 역시 '공짜 한턱'이 상수(上手)의 '넛지'(nudge·자연스러운 개입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하게 하는 방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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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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