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추락 '아모레퍼시픽' 中 토종 브랜드 급성장하자 '낀 브랜드' 신세

정다운 입력 2021. 10. 2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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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부진과 더불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도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나서면서 투자자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0월 12일 종가 기준 17만4500원 연고점을 찍었던 지난 5월 28일 30만원과 비교해 41.8%나 빠졌다. 이후 10월 14일 기준 18만3000원까지 조금 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5월 연고점보다는 39% 빠진 수준이다. 특히 최근 한 달간은 주가가 19.8% 급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5월 말 이후 이렇다 할 반등 없이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6개월간의 반등분을 모두 토해냈다. 이 기간 날아간 시가총액만 3조원이 넘으며 시가총액은 10조7042억원(10월 14일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K-뷰티 전성기를 이끌며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진입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시총 순위가 42위까지 밀려났다.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실적 부진 전망이 잇따르면서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옥. <매경DB>

▶아모레 주가, 한 달 새 20% 빠져

▷증권가 줄줄이 목표주가 하향 조정

증권가 전망도 부정적이다. 10월 8일 교보증권이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기존 28만5000원에서 22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을 비롯해 NH투자증권(30만원 → 23만원), 메리츠증권(27만원 → 20만원), 신영증권(27만원 → 23만원), 현대차증권(27만원 → 20만원), KB증권(28만원 → 21만5000원), 대신증권(32만원 → 28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29만원 → 23만원) 등 대부분 증권사가 줄줄이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실적 부진 우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추산한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액 예상치는 1조165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874억원으로 4.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3분기 초까지만 해도 증권가가 내놓은 아모레퍼시픽 영업이익 전망치는 10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경쟁력이 악화된 탓에 이런 전망은 확 뒤집어졌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8년 5.5%에서 2020년 3.5%로 낮아졌다. 올해는 3.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2년 설화수 판매가 올해 대비 8.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중국 전체 매출의 35%에 달하던 이니스프리 매출은 14.2%가 감소해 오히려 역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수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 역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과 경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전통 채널과 면세점, 중국 등 디지털을 제외한 핵심 채널에서의 어려운 업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장을 줄이는 작업을 단행해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141개 매장을 줄였고 올해는 적자 매장 170개를 추가로 정리하는 중이다. 현재 매장 수는 약 4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가량 감소했으며 중국 이니스프리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반 토막 난 것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채널 매출도 10% 이상 감소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해외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이 70~80%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산 화장품 브랜드 ‘C-뷰티(차이나뷰티)’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K-뷰티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CCID컨설팅(賽迪顧問)이 중국 내 화장품 시장 내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만 해도 중국에는 상위 10위 안에 드는 중국 현지 브랜드가 없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상메이(上美), 바이췌링(百雀羚), 쟈란(伽藍)이 각각 7위, 9위, 10위를 차지하며 6위인 아모레퍼시픽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국에서 위상이 높아진 현지 브랜드들이 급격하게 준명품으로 라인을 확장했고, 에스티로더·로레알 등 기존 글로벌 화장품 기업 자원이 중국으로 집중되며 아모레퍼시픽은 ‘낀 브랜드’가 됐다.

김성애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이 2015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었으나 2016년부터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며 “2025년부터 현지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지만 백화점, 로드숍 등 전통 채널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탓에 타격이 컸다. 아모레퍼시픽 오프라인 단독 매장과 백화점의 매출 감소 규모는 1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아모레퍼시픽은 올 상반기에만 국내 아리따움 매장을 100개 이상 줄이기도 했다.

▶그래도 기댈 것은 럭셔리?

▷설화수 브랜드·온라인 채널 강화해야

온통 먹구름투성이지만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채널·브랜드 믹스(Mix) 개선과 비용 효율화를 통한 실적 회복에 힘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주가는 바닥을 꾸준히 다지는 시기가 될 전망”이라며 “과거보다 인수합병(M&A)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끊임없이 유통 구조 개선을 도모하고 영업 효율을 높이는 모습은 중장기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모레퍼시픽이 ‘럭셔리와 온라인 강화’에 더욱 힘쓰면 실적 부진은 곧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꿔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이니스프리 매출 저하는 속도의 문제일 뿐,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중국 시장 내 핵심 브랜드인 설화수가 중국에서 브랜드 파워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면 중장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설화수는 ‘윤조’에서 ‘자음생’으로 핵심 라인을 옮겨가면서 평균판매단가(ASP)를 성공적으로 높이고 있다.

온라인 판매 네트워크 강화에 팔을 걷어붙인 점도 긍정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중국 신흥 쇼핑몰인 뷰티뷰티(Beauty Beauty), 원닷컴(One.com)과 협력 관계를 체결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티몰과 징동닷컴, 브이아이피숍 등 중국 대표 업체들과도 제휴하면서 온라인 판매를 강화했다. 이와 관련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은 해외 럭셔리 뷰티 브랜드와 온라인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도 이에 발맞춰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철수하는 한편 무게중심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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