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42] 노벨상 유감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입력 2021. 10. 21. 00:00 수정 2021. 10. 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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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20세를 맞은 노벨상의 탄생은 해프닝에 가깝다. 1888년 알프레드 노벨의 친형인 루드비그가 죽자 상당수 신문사가 알프레드가 죽었다고 착각해 “죽음의 상인, 마침내 죽다”라고 오보했다. 다이너마이트로 재벌이 된 알프레드는 장차 자기가 그렇게 기억될 것에 경악하여 서둘러 노벨재단을 만들었다.

잘 알려진 대로 노벨상은 물리, 화학, 의학, 문학, 평화 등 다섯 분야로 나누어 시상한다. 그중에서 평화상 수상자는 스웨덴 한림원이 아니라 노르웨이 의회가 임명한 사람들이 선정한다. 시상식도 스웨덴의 스톡홀름이 아니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거행한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한 나라였음을 기억하라는 알프레드의 당부였다.

한때 노르웨이는 ‘노르만 정복’을 통해 영국을 벌벌 떨게 만든 바이킹의 나라였다. 그러나 오랜 기간 주변국인 덴마크와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다. 땅에 비해서 인구가 유난히 적은 탓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중립국을 표방했는데도 소련에 점령당했다. 또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 노르웨이는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이 각별하다.

노르웨이는 국제사회에서 오지랖을 넓히는 것을 중요한 국가 시책으로 삼는다. 세계 곳곳 분쟁과 내란에 발 벗고 나서서 평화를 중재한다. 몇 년 전에는 남북 평화 회담을 주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런 노르웨이가 독립을 원하자 스웨덴은 전쟁 대신 투표로써 1905년 독립을 승인했다. 그런 스웨덴 의회야말로 진짜 노벨 평화상감이다.

스웨덴은 1969년 노벨 경제학상을 신설했을 때도 노르웨이 사람을 첫 수상자로 뽑았다. 그 상은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가 창립 300주년을 자축하고자 만든, ‘짝퉁’ 상이다. 알프레드가 죽은 지 73년 뒤였다.

알프레드 노벨이 1833년 오늘 태어났다. 그는 경제학상에 자기 이름이 붙은 것이 못마땅할 것이다. 부익부빈익빈에 대하여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미국인이 독식하기 때문이다. ‘평화’와도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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