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젊어” 올해의 노인상 거절한 95세 英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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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큰 공헌한 노인 후보에 올라
엘리자베스 “난 조건에 맞지 않아”
술은 딱 한 잔, 조랑말 타기도 즐겨
올해 95세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올해의 노인’으로 선정되는 것을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BBC가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여왕은 비서를 통해 완곡하게 ‘아직 늙지 않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1952년 즉위한 여왕은 69년째 재위 중이다. 역대 영국 군주 중 최고령 기록과 최장 기간 재위 기록을 매일 바꾸고 있다.
영국 노인 전문 잡지 올디(The Oldie)는 이날 “여왕을 ‘올해의 노인’으로 선정하고 싶다는 의사를 왕실에 보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올디는 매년 공공 영역에서 공헌이 큰 노인 한 명을 ‘올해의 노인’으로 선정한다. 올해로 스물아홉 번째다. 여왕의 비서 톰 래잉베이커는 올디에 보낸 서한에 “여왕은 사람이 스스로 느끼는 것만큼 나이가 든다고 믿는다”며 “여왕은 ‘올해의 노인’이 되기 위한 조건에 자신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썼다.
실제로 여왕은 아직도 왕성하게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 저녁에도 윈저성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비롯한 투자자들을 초대해 리셉션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왕은 허리가 조금 굽었지만 거동에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밝은 표정으로 주변의 부축 없이 초청 인사들과 환담을 나눴다. 더타임스는 “여왕이 올해도 여전히 조랑말 타기를 즐기는 등 변함없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동안 IT 분야 신기술에 도전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젊은 감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6월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과 화상 대화를 해 눈길을 모았다. 2019년엔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남겼고, 2014년엔 왕실 트위터 계정에 첫 트윗을 띄웠다. 이메일 개념이 대중에 알려지기 전인 1976년 영국군이 보유한 컴퓨터를 통해 이메일을 시험 삼아 보내기도 했다.
여왕은 몸으로 체험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 운전을 좋아한다. 93세인 2019년까지도 손수 운전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여왕은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19세 공주 신분으로 보급부대에 입대해 트럭 운전을 익혔다. 1988년 압둘라 사우디 국왕을 스코틀랜드 별장으로 초청했을 때 운전대를 잡은 여왕이 수다를 떨며 좁은 산길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조수석에서 불안감을 느낀 압둘라 국왕이 “운전에만 집중해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영국 언론은 여왕의 장수 비결로 절제하는 식습관을 꼽는다. 술은 딱 한 잔만 마시고, 저녁 식사 땐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는 일절 가까이 하지 않는다.
여왕이 건강을 잘 유지하고, 본인 스스로 아직 늙지 않았다고 생각함에 따라 영국에서는 여왕이 올해 73세인 아들 찰스 왕세자에게 언제 왕위를 물려주느냐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다수 영국 언론은 적어도 내년 2월 즉위 70주년 기념식까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큰 즉위 70주년 기념식이 끝나고 나면 왕위 이양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세월을 속일 순 없기에 여왕도 연로한 모습은 보여주고 있다. 지난 1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열린 왕립군단 출범 100주년 기념 미사 때 여왕은 지팡이에 의지해 걸었다. 2004년 무릎 수술을 받았을 때를 제외하곤 공식 행사에서 처음으로 지팡이를 사용한 것이었다. 일간 가디언은 “2018년부터 여왕이 무릎 통증이 재발했지만 워낙 고령이라 재수술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남모를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둘째 손자 해리 왕손이 왕실과 절연하고 미국으로 떠났고, 차남 앤드루 왕자를 둘러싼 성(性)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평생의 반려였던 남편 필립공이 별세한 뒤 상실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여왕은 “그의 죽음은 내 인생에 큰 상실감을 남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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