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 취급되던 스토킹, 21일부터 처벌 강화.. 실효성 있을까 [이슈+]
피해자 보호 규정 미비해 '반쪽짜리 입법' 지적 나와
반의사불벌조항으로 합의 강요 등 '2차 가해' 우려도
◆형사처벌 의미있지만… “스토킹 정의 협소”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1999년 처음 발의돼 올 3월에서야 국회 문턱을 넘은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은 이전까지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는 가벼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과 지난 3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사건 등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며 관련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고 지난 3월 법 제정이 이뤄졌다.
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 직권으로 100m 이내 접근 금지·전화 금지 등의 긴급 응급조치를 할 수 있고 이 조치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7월28일부터 8월17일까지 스토킹 피해자와 주변인 등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토킹 피해 경험 및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이 정의한 형태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스토킹이 있어 사각지대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피해자 보호 규정이 부족하고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는 점도 스토킹처벌법의 한계로 지적된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 직권으로 취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 기한은 최대 6개월에 불과하고 ,100m 이내 접근 금지 조치 역시 거리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역시 빠져있다.
이처럼 법안 자체의 피해자 보호규정이 미비한 가운데 피해자 보호법이 별도의 법으로 후속 입법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제정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반의사불벌조항 역시 법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반의사불벌조항이 포함되면 피해자의 처벌 의사 없이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보복 가능성과 그에 따른 피해자의 공포감이 큰 스토킹 범죄에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함으로써 가해자가 합의를 강요하는 등 추가 가해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수진 법무법인 천지인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처벌 불원서나 합의서를 받기 위한 가해자의 2차 가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반의사불벌조항은 가해자의 보복 가능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며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있어 가해자의 보복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이미 판단과 선택을 제한하고 일상을 통제하는 실체로서 존재하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팀장은 “이로 인해 기껏 신고했다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피해자 생기는 것”이라며 “이런 피해자들도 이미 보복 위험을 무릅쓰고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권력의 개입을 요청한 사람이며, 가해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와 좌절을 거듭하는 상태로 이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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