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유난히 추운 겨울

엄형준 2021. 10. 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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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서울에 한파특보가 발령된 유난히 추운 날 부동산 업소 앞을 지나치던 A씨는 아파트 전셋값을 보고 새삼 놀란다.

5년 전 5억원대에 산 이 아파트의 전세가는 어느새 7억원이 돼 있었다.

만약 그때 아파트를 사지 않았다면 지금쯤 전세난민이 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A씨는 '이 집을 전세로 주고 월세를 구해야 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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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집값·전세금 곳곳서 비명.. 부동산 돌파구 마련 어려워

17년 만에 서울에 한파특보가 발령된 유난히 추운 날 부동산 업소 앞을 지나치던 A씨는 아파트 전셋값을 보고 새삼 놀란다. 5년 전 5억원대에 산 이 아파트의 전세가는 어느새 7억원이 돼 있었다. 만약 그때 아파트를 사지 않았다면 지금쯤 전세난민이 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집값이 오른 건 다행인데도 A씨의 입에선 한숨이 나온다. 아이의 입학에 맞춰 이사하려 했지만, 설령 자신 집과 비슷한 가격대의 집도 대출이 막혀 구할 수 없다는 현실을 확인한 터다. 전세도 만만치 않다. A씨는 ‘이 집을 전세로 주고 월세를 구해야 하나’ 생각한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B씨는 요즘 돈 마련할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집단대출이 막히면서 계획이 꼬여버렸다. 어렵사리 고금리까지 동원해 중도금은 여차여차 납입을 했지만 아직 2억원의 잔금이 남아 있다. 아파트 입주 대상자 커뮤니티에 육십몇 번째 대기자가 당첨 포기 속출로 입주 기회를 얻었고, 대출 없이도 집값을 마련할 수 있어 기쁘다는 글을 올린 걸 보고 B씨는 속이 끓어오른다. B씨는 은행 대출 규제가 완화되기만 바랄 뿐이다.
엄형준 경제부 차장
집 있는 A씨와 입주 예정자 B씨에게 무주택자들은 ‘있는 놈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갑작스레 대출이 막힌 실수요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추운 겨울은 올해 따라 빨리도 다가오는데 전세금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요즘이다.

곳곳에서 못 살겠다는 비명이 일자, 최근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서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연간 가계대출 증가 한도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완화책을 내놨다. 누군가는 이 대책으로 한숨 돌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대책이 국민의 마음을 다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 9월 6억5000만여원을 기록했다. 불과 몇년 전이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으로 이제는 전세밖에 얻지 못한다.

전세금을 빌릴 수 있다고 해도 금리 인상이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최근 한 달 새 0.42%포인트(하단 기준) 올랐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오는 11월 추가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내년 초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물가 인상 폭을 보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주택가격 인상이 일정 부분 저금리의 영향이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올려야 하는데 이게 또 빚투에 올인하거나 천정부지로 오른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서민들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많은 경제 문제가 집값을 잡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수많은 정책을 비웃듯 집값은 올해 하반기까지도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정권 말기 집값을 잡기 위해 급격한 돈줄 조이기에 나선 형국이다.

돈 많은 부자는 늘어난 부동산 세금에, 집 있는 중산층은 내 집보다 더 많이 오른 옆집 아파트에, 집 없는 이들은 내 집 마련이 영영 꿈이 돼버린 현실에 배가 아프다. 여기에 최근 터져 나온 대장동 논란은, 한국의 부동산 현실에서 천문학적 이득을 취한 이들을 보는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를 일으킨다. 한순간에 경제의 흐름을 되돌리기는 힘들다. 현 정부가 지금 뭔가 부동산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은 일을 벌이기보다 질서 있는 퇴장을 준비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올해는 유난히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엄형준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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