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저임금 굴레..못 벗어나는 이유는?
[KBS 부산] [앵커]
부산공동어시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과 저임금 구조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출발합니다.
노동자 공급권을 가진 항운노조가 수협 등 사용주들과 임금체계를 결정해왔는데요,
그 과정에서 수십 년 째 노동자 권리는 무시돼 왔습니다.
최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생선 분류와 배열 등 위판 작업을 하는 부산항운노조 어류지부입니다.
이 지부 소속 야간 부녀반 노동자의 지난 1월 월급 명세서입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8시간 일했을 때 정식 조합원이 받는 일당은 8만 4천 원, 임시 조합원은 이보다 적은 7만 2천5백 원을 받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법을 적용해 시급으로 따지면 야간수당이 1.5배 더해지기 때문에 10만 원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둘 다 크게 못 미칩니다.
일당제로 운영하면서 야간수당 적용을 하지 않은 겁니다.
더 황당한 것은 물량이 적어 작업 시간이 줄면 일당제가 아닌 시급제를 다시 적용한다는 겁니다.
[어류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물량이 적으면 새벽 3시부터 하는 작업이 또 있습니다. 근데 그거는 이제 시간당으로 계산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항만사업은 화주와 선사가 수백 곳에 달해 현행법상 사용주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항운노조가 노조원에게 일감을 나눠주고, 중간에서 임금을 산정하는 독점적인 노무 공급권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수협 등 사용주와 함께 임금 체계 등을 결정하는 어류지부 노조가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도 확보하지 않은 겁니다.
[유선경/노무사 :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한 어떤 조치들도 취하지 못하고 계신 것 같아서 이 부분들은 앞으로 법적으로도 좀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공동어시장과 노조는 수십 년째 열악한 노동 환경도 방치했지만 책임 떠넘기기에 급합니다.
[황상윤/부산항운노동조합 조직조사부장 : "어시장에서 조금 적극적으로 나서서 현대화되기 전까지라도 간이 샤워 시설이라도 좀 만들어 주거나 휴게시설을 설치를 해 주거나…."]
[공동어시장 관계자/음성변조 : "나름대로 고쳤는데 또 그동안 몇 년 되다 보니까 또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꼭 필요하면 해드려야죠. 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산노동청은 공동어시장 어류지부의 임금 체계와 근로 조건과 관련한 고발장을 받고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KBS 뉴스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그래픽:김소연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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