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꼬박 밤샘..최저임금도 못 받아

김아르내 2021. 10. 2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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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부산항운노조 문제, 불투명한 기금 운영만이 아닙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생선을 선별하는 노동자들도 항운노조 소속인데요,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고 밤샘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먼저 그 현장을 김아르내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각.

부산항운노조 소속 부녀반원들이 작업장 바닥에 쏟아진 고등어를 크기별로 분류합니다.

작은 작업 의자에 쪼그려 앉아 일하는 시간은 하루 8시간가량, 밤 10시부터 경매 직전인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꼬박 밤샘 작업이 이어집니다.

일한 지 3시간 만인 새벽 한 시쯤, 새참이 나옵니다.

음식을 받아든 노조원들, 분류 작업장 옆 구석에 삼삼오오 모여 급하게 끼니를 때웁니다.

따로 밥을 먹을 공간도 없고, 시간에 쫓겨 걸어 다니며 식사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밖에 할 수 없어요. 이날 경매를 여섯 시에 하는데 뭐 맞춰야 되니까 음식을 맞춰야지. 어쩔 수 없는 대신에 보상을 해주면 되는데…."]

작업이 끝나면 온몸이 생선 비린내로 범벅이지만 씻을 곳도 없습니다.

샤워장은 남성용 하나뿐인데 이마저도 지금은 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남성용 샤워장입니다.

수백 명의 노조원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좁은데요.

이마저도 천장은 뚫려 있고, 곰팡이가 슬어있습니다.

바닥에는 먼지도 가득해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습니다.

결국, 노조원들은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에서 작업복만 정리한 뒤 비린내를 풍기며 그대로 집으로 향합니다.

[어류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화장실 가서 씻는 거 장갑 같은 거 씻는 거. 단지 그거 씻는 거지, 샤워라는 거는 상상을 할 수가 없지."]

최근에는 인력도 줄어 평소 천 2백여 명이 하던 일을 700명가량이 하고 있습니다.

작업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연장 근무도 잦습니다.

저임금에 노동 강도까지 높아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밭일 갔을 때, 반장들 뭐 떼준다 하더라도 한 십만 원대로 받아가는데. 여기는 평일에 하면은 제가 알기로는 칠만 팔천 원인가 팔만 원밖에 안 되거든요."]

8시간 밤샘 작업에 야간 부녀반원들이 받는 일당은 8만 8천 원가량.

야간수당도 적용되지 않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KBS 뉴스 김아르내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

[앵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필요성은 줄곧 제기돼 왔었는데요,

실제 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이렇게까지 열악하다는 사실은 새삼 충격적입니다.

더구나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인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유 알아보겠습니다.

김아르내 기자, 부산공동어시장 노조원 중에서도 야간 부녀반의 처우가 특히 열악한데, 어떤 이유인가요?

[기자]

네, 앞서 보신 것처럼 부산항운노조 소속 야간 부녀반의 경우 8만 8천 원가량을 일당으로 받고 있는데요.

정식 조합원도 있지만, 가끔 투입하는 임시 조합원도 있는데요,

이분들은 만 원 가량이 적은 7만 6천 원 정도를 받습니다.

보통 밤 10시부터 작업이 시작돼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6시까지 업무가 이뤄지는데요.

꼬박 밤을 새 8시간 정도 일을 하는데, 원래 최저임금 기준으로 따지면 야간수당으로 50%를 가산해 10만 원 이상의 수당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건데요.

일당제로 운영하다 보니 야간수당이 적용되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건요,

한결같이 일당제로 하는 게 아니라 업무량이 적어지는 날에는 수당을 다시 시급으로 지급한다는 겁니다.

이래저래 일하는 노조원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앵커]

모든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은 지켜야 하잖아요? 특히 노조까지 있는데, 왜 공동어시장은 이게 지켜지지 않는 건가요?

[기자]

이렇게 일당제 운영이 가능한 건 항운노조의 업무 특성 때문입니다.

항만사업 성격상 화주와 선사가 수백 곳에 이르는데요,

그래서 사용주를 특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현행법상 항운노조에 노무 공급권을 주고 있는데요,

이 독점적 권한에다 임금 협상까지 노조가 선사와 직접 하고 있습니다.

부산공동어시장의 경우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과 협약을 맺고, 매년 임금을 결정합니다.

올 4월 기준 정조합원은 8만 8천3백 원, 임시 조합원은 7만 6천 원으로 지난해보다 3천5백 원 인상됐습니다.

분명 임금을 매년 올리고 있는 데도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건데요.

노조 측은 최저임금이 최근 큰 폭으로 상승하다 보니 이를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여러 임금 형태가 섞여 있는 작업장이라 일당을 정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법적 기준이 적용 안 되면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건지, 노조원들도 불만이 많을 텐데요,

[기자]

네, 최근 부산공동어시장의 야간 부녀반 인력은 예전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칩니다.

앞서 보신대로 8시간 이상의 고된 밤샘 작업에 새참 먹을 공간이나 샤워시설도 없는 열악한 환경인데요.

특히 생선 신선도 탓에 일을 멈출 수도 없어 노동 강도는 센데, 저임금에 시달리다 보니 당연히 일하려는 사람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개선해야 할 노조와 공동어시장 측 모두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항운노조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기자]

현재 노조는 샤워장이나 휴게시설 마련 등을 공동어시장에 요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공동어시장 측도 이미 일부 시설을 개보수한 상태라는 입장입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조원이 떠안고 있는 셈인데요.

노동 전문가들은 항운노조원들이 법적 노동관계법상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무 공급 사업에서 중간 착취는 금지돼 있지만,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노동자 공급사업이 예외로 인정되기 때문인데요.

기본적으로 여기에는 노동조합이 노조원을 보호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는 것이죠.

노동조합이 노조원들의 권익과 복지향상을 위한 협상을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앵커]

네, 김아르내 기자 잘 들었습니다.

김아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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