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재명 서로 "도둑"..2라운드도 치고받다 공 울려

김상범·조문희 기자 2021. 10. 2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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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 공방전만 거듭하다 끝난 국토위 국감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질의하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장동 계약서 ‘초과이익 환수’ 빠진 경위 놓고 배임 논란
야 의원 ‘양두구육’ 인형 들고 “이 후보는 대똥이” 파행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자격으로 참석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대상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과 이 후보는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지난 18일 행정안전위 국감에 이어 2차전을 펼쳤다.

야당 의원들은 대장동 사업계약서에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관련 조항이 들어가지 않은 경위를 추궁했다. 이 후보는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라 미채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장동 사업 핵심 실무자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도둑질한 사람이 이재명”이라고 지적했고, 이 후보는 “나는 도둑질을 못하게 막은 사람”이라고 맞받았다. ‘이재명 청문회’ 성격으로 치러진 두 차례 국감은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야당의 ‘이재명 책임론’과 민주당·이 후보의 ‘국민의힘 게이트’ 프레임이 정면 충돌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날 국토위 국감에서 이 후보는 업무보고부터 “도지사 업무에 관계없는 일은 대답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야당 의원들의 무차별적인 공세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이다.

야당 의원들은 대장동 사업계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경위를 맹공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초과이익 환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누가 건의한 것이냐”라고 다그쳤다.

이 후보는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가 아니고, 협약 과정에서 일선 직원이 제안한 것”이라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 선에서 이를 채택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재벌 회장에게 계열사 대리가 제안한 게 있었다는 걸 보고하는 경우가 있냐”고 했다.

대장동 사업의 ‘설계 책임’ 공방도 다시 벌어졌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사업을) 설계한 사람이 범인”이라고 다그치자, 이 후보는 “범죄를 설계한 사람은 범인이 맞다. 그런데 총을 설계한 사람이 전범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로 “도둑”이라고 하며 설전을 벌였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를 ‘양두구육(겉과 속이 다른 경우를 일컫는 말)’이라고 비판하기 위해 양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를 쓴 강아지 인형을 꺼내들며 “제가 대장동 부근에서 데려온 얘가 원래 본명이 ‘대동이’였다. 그런데 이상한 걸 먹고 다녀 구린내를 풍겨서 ‘대똥이’로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뭐 하는 거냐”며 항의하면서 감사가 잠시 중단됐다.

야당 의원들은 유동규 전 본부장 임명을 이 후보가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 후보는 “본부장 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하게 돼 있다. 사장이 없으면 행정국장이 대행한다. 그래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을 두고 “제 선거를 돕고 같이 일해 온 사람이 부정행위를 했다.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의 가정사 및 극단적 선택 시도 등 근황을 언급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밖에 모르는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민간업자에 특혜 폭탄을 안긴 건 대장동 공공개발을 필사적으로 저지한 국민의힘”(진성준),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수조원의 돈이 토건업자들에게 돌아갔을 것”(김윤덕)이라고 이 후보를 엄호했다.

이 후보는 국감 마무리 발언에서 “의원님들의 날카로운 질문 덕에 대장동 문제의 본질이 많이 드러나게 된 듯하다”고 자평했다. 국민의힘은 ‘변명국감’ ‘거짓국감’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의 답변에 대해선 ‘말바꾸기’ ‘기억상실’ ‘유체이탈’이라고 했다.

김상범·조문희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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