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에 돌아와서 - 갓산 카나파니 [김남일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1980년 봄에 창간한 한 무크지는 ‘팔레스티나 민족시집’을 특집으로 다뤘다. 마흐무드 다르위시의 명편 ‘팔레스티나에서 온 연인’도 그때 처음 읽었다. 외국문학이라면 맨 서구문학일 수밖에 없던 당대의 상황에서는 놀라운 시도였다. 그 후 팔레스타인 시인들의 목소리를 광주에 대한 핏빛 은유로 읽어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제3세계로서 팔레스타인은 그렇게 내 곁을 찾아왔다.
일어판에서 중역을 한 게 분명한 책 <아랍민중과 문학>(임헌영 편역, 청사, 1979)을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에 없다. 그러나 거기 실린 ‘점령하 팔레스티나의 저항문학’을 읽고서는 온몸의 실핏줄 하나까지 곤두섰다. 그 글을 쓴 갓산 카나파니의 중편소설 ‘하이파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내가 만난 최초의 아랍소설이었을 테지만, 놀랍게도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의 처지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었다.
봉쇄가 잠깐 풀렸다. 부부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을 방문한다. 거기서 그들이 마주친 것은 역사의 잔인한 희롱이었다. 그들이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두고 떠날 수밖에 없던 장남은 군복 차림으로 나타나 생부·생모에게 “나는 나면서부터 이 땅의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은 곧 그가 이제 팔레스타인의 전사가 된 그의 형과 총부리를 맞대고 싸울 자세가 되어 있다는 선포이기도 했다.
‘불볕 속의 사람들’을 비롯하여 카나파니의 또 다른 소설들을 만난 것은 1980년대 중반 제3세계문학이 잠깐 각광을 받던 무렵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팔레스타인의 저명한 해방 전사였다.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그의 차에 부비트랩을 설치하여 살해했다. 2009년 말, 팔레스타인에 가서 다르위시의 묘를 찾아 묵념을 할 수 있었는데, 카나파니에게는 그런 예를 갖출 수도 없었다.
김남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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