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숙·창릉·대장.. 사전청약 코앞인데, 토지보상 첫단추도 못끼웠다
3기 신도시 2차 사전 청약이 오는 25일부터 시작되지만, 신도시 예정 지역 절반 이상에서 개발을 위한 첫 단계인 토지 보상조차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사전 청약을 받고 1~2년 후 본 청약을 거쳐 2025~2026년부터 입주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토지 보상이라는 첫 단추를 꿰지 못하면 분양, 착공 등 후속 작업이 줄줄이 지연돼 입주 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사전 청약 후 입주까지 10년 넘게 걸린 경기 하남 감일지구처럼 무주택자들의 ‘희망 고문’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기 신도시 5곳 중 3곳, 토지 보상 시작도 못해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3기 신도시 5곳 중 경기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의 토지 보상률은 모두 0%다. 이들 3곳은 2018년 말부터 2019년 상반기 사이 신도시로 확정됐지만 2년 반~3년이 지나도록 아직 첫 발조차 떼지 못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5월 사전 청약 계획을 처음 발표하며 “토지 보상이 끝난 지역부터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7월에는 “토지 보상에 장애 요인이 없는 곳을 대상으로 한다”며 말을 바꿨다.
LH는 연내 토지 보상을 착수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 당장 보상을 시작한다고 단기간에 마무리될 가능성은 낮다. 작년 8월부터 보상을 시작한 인천 계양과 하남 교산의 경우 60~80% 토지에 대한 협의가 이뤄졌지만, 남아있는 토지주들의 반발이 심한 데다 공장·창고 같은 지장물(개발에 지장을 주는 건축물) 철거 절차도 남아 착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지장물은 실태 파악을 위해 현장 조사가 필수지만, 해당 주민들이 거부하면 조사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
더구나 신도시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집단행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전국 공공택지 토지주들로 구성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는 19일 토지 보상 관련 감정평가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택지 보상 실무를 맡는 감정평가법인들이 LH와 결탁해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보상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주민들의 재산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한다.
신도시 예정지 현장에선 이처럼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데도 정부는 사전 청약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 8월 1차 사전 청약에 이어 이달 25일부터 2차 사전 청약이 시작된다. 남양주 왕숙 1410가구를 비롯해 파주 운정(2150가구), 인천 검단(1160가구), 의정부 우정(950가구) 성남 복정(630가구) 등 11개 지구, 1만102가구 규모다.
◇주민 반발에 입주 지연 우려
사전 청약에 대한 주택 수요자들의 기대감은 크다. 특히 3기 신도시는 규모가 크고 서울과 가까운 데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교통 인프라도 구축될 예정이라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1차 사전 청약 당시 유일한 3기 신도시였던 인천 계양의 청약 경쟁률이 52.6대1로 가장 높았다. 2차로 나오는 남양주 왕숙은 6만6000가구로 3기 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수도권광역고속철도(GTX)-B노선도 연결될 예정이다. 오는 11~12월 진행되는 3·4차 사전 청약에는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나머지 3기 신도시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주민 반발로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 3기 신도시 입주 시점도 밀릴 가능성이 크다. 과거 2010년 사전 청약을 받은 하남 감일지구는 당초 2015년 입주 예정이었지만, 토지 보상이 늦어진 탓에 이달 말에야 입주가 시작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사전 청약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토지 보상에 어려움을 겪으면 입주까지 한없이 늘어질 수 있다”면서 “실수요자라면 이런 점도 감안해 청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주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토지 보상을 마무리하고 사전청약, 본 청약 등 후속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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