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영장 기각, 남욱도 석방..또 '수사 부실'만 드러낸 검찰

이보라 기자 2021. 10. 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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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체포 후 영장도 못 쳐 이례적
물증 없어 신병 확보 못한 듯
중앙지검 대장동 4인방 소환
진술 달라 대질조사 가능성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긴급체포된 남욱 변호사도 20일 석방되자 검찰의 수사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석방 상태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 변호사와 김씨, 정영학 회계사, 구속 수감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불러 조사했다. 의혹 핵심 ‘4인방’을 모두 불러 모은 셈이다. 이들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대질조사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검찰은 이날 0시20분쯤 남 변호사를 석방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오전 5시쯤 미국에서 귀국한 남 변호사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해 조사해왔다.

검찰이 자진 귀국한 핵심 피의자를 입국과 동시에 체포해놓고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김씨처럼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팀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을 우려해 조사를 더 한 뒤 영장을 청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14일 기각됐다.

검찰이 핵심 인물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물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만 의존해 수사를 벌인 결과라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 영장이 기각된 이후 이날까지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만 나흘째 이어갔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5억원을 전달했다는 뇌물 혐의의 경우 뒤늦게 남 변호사의 비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자금 흐름을 확인한 뒤 김씨 영장심사에서 5억원의 구성을 ‘현금 1억원+수표 4억원’에서 ‘현금 5억원’으로 바꾸기도 했다. 김씨 구속영장에 곽상도 무소속 의원에 대한 50억원 뇌물 혐의를 적시했지만 영장이 기각되자 지난 15일 문화재청에 대해 ‘뒷북’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의혹이 제기된 후 검찰은 정 회계사 녹취록 확보 전까지 이 사건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취급해 공공수사2부에 배당했다. 유 전 본부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할 때 휴대전화 확보에 실패해 경찰이 대신 휴대전화를 찾았다.

배임이 주된 범죄 혐의임에도 대장동 개발사업의 본진인 성남시청을 16일 만에 압수수색했고, 그나마 ‘윗선’으로 의심받는 시장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김익수 부부장검사가 KT 불법 정치자금 후원 의혹 수사를 겸직하느라 대장동 비리 수사에 온전히 매달리지 못하는 것을 두고도 검찰 수뇌부의 수사 의지 부족을 탓하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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