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도심 집회 강행..경찰 "불법행위 엄정 수사"
[경향신문]
2만7천여명 “불평등 끝내자”
“죽지 않고 일한 권리 보장을”
경찰 차벽에도 ‘게릴라 집회’
민주노총이 20일 총파업을 선언하며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만7000여명이 모여 “불평등을 끝장내자”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장” 등을 외쳤다.
경찰은 집회 장소로 점쳐졌던 광화문 일대에 일찌감치 차벽을 설치하고 오후에는 일부 도로를 전면 통제했지만 ‘게릴라 집회’를 막지 못했다. 경찰은 집회 주도자 및 참석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정부와 경찰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옥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부터 서대문역 사거리에 모여 행진을 시작했다. 도심에서 각자 기다리던 금속노조, 건설산업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공공운수노조, 택배노조 등 산별노조들이 모여 경찰청 앞부터 경희궁 자이 앞까지 사거리를 가득 메웠다. 주최 측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은 1m씩 떨어져 앉았고, 마스크를 벗거나 ‘턱스크’를 하는 참가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거리 중앙에 설치된 연단을 중심으로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나눠주는 작은 부스도 설치됐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각자 겪고 있는 불평등을 호소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요양보호사인 전현욱씨(46)는 “원칙적으로는 2.5명을 돌보게 돼 있지만 실제로 밤에는 환자를 20~30명 본다. 하지만 처우가 낮고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진 부당해도 목소리를 못 냈는데 이제 목소리를 내러 나왔다”고 말했다.
마트 노동자로 14년째 일한 공모씨(50)는 “마트에 투기 자본이 들어와 구조조정을 한다 해서 고용이 불안정해졌다”며 “저도 처음엔 노조에 색안경을 끼고 봤지만,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부천의 한 학교에서 급식 조리원으로 일하는 A씨는 정규직과의 차별이 서러워 거리로 나왔다. 정부가 정규직의 80%까지 임금 교섭을 해준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조리 현장에서 튀김을 만들다 보니 폐암 환자도 많고 다치는 사람도 많다”며 “그런데 위험수당 5만원만 주고 병원비도 제대로 안 대준다. 차별이 한 번에 사라지지는 못해도 조금씩이라도 좁혀지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선언문을 내고 “지난 5년간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심화됐고, 민중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더 이상 불평등체제에서 인내하며 살아갈 수 없기에 우리는 결연히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고 밝혔다.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된 양경수 위원장은 옥중편지를 통해 “우리는 총파업 투쟁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자본과 기득권 세력이 제멋대로 착취하지 못하도록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를 지켜야 한다.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근본적 개혁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이 집회 장소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자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도심인 종로구 일대에 경력을 집중 배치했다. 서울경찰청은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예고했다. 서울경찰청은 “도심권에서 장시간 불법집회 및 행진을 강행한 집회 주최자는 물론 불법행위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해 예외 없이 집회·시위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신속·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해람·강은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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