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설계했다고 9·11테러 설계자냐"

이지용 2021. 10. 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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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의원 넋 빼는 이재명 화법
지지자에겐 '사이다' 통쾌
본선에선 유불리 불투명

◆ 대장동 국감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국민의힘의 대장동 특혜 의혹 공세에 "범죄를 설계한 사람이 범인이 맞는다. 그런데 총을 설계한 사람이 전범은 아니다. 비행기를 설계했다고 해서 9·11 테러 설계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도 야당 의원들의 거친 공세에 이 지사는 대부분 이처럼 여유 있는 '맞불 화법'으로 유유히 피해 갔다.

사실 이런 이 지사의 화법은 대학에서 논리학 강의나 수사학 강의에서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논리학적 오류를 이용한 화법이다.

이를테면 범죄는 범죄 자체로 해악이 있는 결과다. 그러나 총이나 비행기는 사용하는 방법과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처음부터 성격이 다른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해 비유하고, 유사 문장 구조를 사용하면서 상대방을 헷갈리게 만들어 반박을 원천 차단하는 전략인 셈이다.

야당 의원들이 즉답을 못하게 하거나 이들을 논리학의 함정에 빠뜨리는 전략이다.

이런 이 지사 특유의 화법은 질문하는 질문자를 되레 웃음거리로 만들어 지지층이 '사이다 화법'이라 느끼게 만드는 이점도 있다. 여당 의원들이 이 지사를 대장동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책임'을 몰아붙여도 그는 "회장이 계열사 대리에게 보고받나"라는 맞불로 유유히 피해 가는 식이다. 의원들의 질문에 "있다" "없다" 식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반어법과 비유 등을 통해 논리 싸움을 한 셈이다.

한 정가 관계자는 "받은 것 이상을 돌려준다는 '스트롱맨' 화법이 지지자를 모으는 강점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가 지도자로서 냉소, 면박 등 이미지가 굳어지면 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보장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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