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아이티..미 선교단 납치한 갱단 "몸값 200억 내라"
[경향신문]
피랍자 17명 중엔 미성년 아동 5명·여성 6명 포함 ‘최대 규모’
FBI·현지 경찰, 납치범들과 협상 중…“지불 않고 석방 노력”
아이티에서 미국인과 캐나다인 선교단 17명을 납치한 범죄조직이 총 1700만달러(약 200억3450만원)를 몸값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암살, 지진태풍 등 강력범죄와 자연재해가 잇달아 극도의 혼란에 빠진 아이티는 수도의 절반가량을 갱단에게 장악당한 상태다.
리스트 키텔 아이티 법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일단 몸값을 지불하지 않고 인질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과 아이티 경찰이 납치범들과 접촉 중이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본부를 둔 기독교 자선단체 소속 미국인 16명과 캐나다인 1명은 지난 16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의 보육원을 방문하고 나오던 길에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 피랍자 중에는 생후 8개월 된 아기를 포함한 미성년 아동 5명과 여성 6명이 포함돼 있다. AP통신은 17명이 한꺼번에 납치된 이번 사건이 최근 몇 년간 아이티에서 일어난 납치 사건 중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납치한 조직은 범죄조직 ‘400 마우조’로 알려졌다. 400 마우조는 지난 4월에도 가톨릭 사제 5명과 수녀 2명, 사제의 친척 3명을 납치했다가 풀어준 바 있다. 버스에 총격을 가해 어린이를 숨지게 하고, 지역 빈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한 유명 조각가 앤더슨 벨로니를 살해한 배후로도 지목됐다.
가디언은 현재 400 마우조 같은 강력 폭력조직이 90여개에 달한다며 이들이 포르토프랭스의 절반에 달하는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갱단의 무장 능력이 아이티 경찰보다 더 좋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폭력조직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인 크로이데스부케츠의 경우 많은 주민들이 갱단을 피해 도망치면서 유령 도시처럼 변해갔다고 전했다. 아이티 대중교통 운전기사 등 노동자들이 치안 불안에 항의하며 18일 전면 파업 시위를 선언한 것은 언제라도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팽배함을 보여준다. 포르토프랭스에 본부를 둔 인권분석연구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 1~9월 외국인 29명을 포함해 628명이 납치됐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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