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욱 풀어준 검찰, 비상한 각오로 '대장동 수사' 재정비해야

입력 2021. 10. 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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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 체포됐던 남욱 변호사가 20일 새벽 석방됐다. 검찰은 미국 체류 중이던 남 변호사가 지난 18일 입국하자 공항에서 체포했다. ‘대장동 4인방’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만큼 구속영장 청구가 예상됐다. 하지만 검찰은 체포시한(48시간) 안에 구속할 만한 범죄 혐의점을 포착하지 못한 채 남 변호사를 풀어줬다.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남 변호사 신병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검찰은 수사능력과 수사의지를 모두 의심받는 처지로 몰렸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 변호사는 김만배씨와 공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700억원의 뇌물 공여를 약속하고, 사업상 특혜를 받아 성남시 등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피의자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주장과 관련해 사실 확인이 필요해 석방하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이 핵심 피의자를 입국 직후 체포하고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뚜렷한 사유 없이 해외로 출국했던 피의자는 대체로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간주되는 만큼 영장을 청구해온 것이 관례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에 이어 또다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팀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을 우려해 영장 청구를 미룬 것으로 짐작된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의 ‘키맨’ 가운데 신병을 확보한 이는 유 전 본부장뿐이다. 이후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통한 물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본다. 수사 초기 확보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이 실책이었다. 김씨와 남 변호사는 모두 녹취록 내용을 부인했는데, 검찰은 이들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22일로 구속기한이 종료되는 유 전 본부장부터 재판에 넘길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범으로 의심받는 다른 피의자들의 혐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도 덩달아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20일 오후 김씨와 남 변호사 등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수사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음을 인정하고, 비상한 각오로 대오를 재정비해야 한다. 검찰이 조속한 시일 안에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특별검사 도입 요구는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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