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세상 바꾸는 가치 소비

도재기 논설위원 입력 2021. 10.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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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소비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드러내는 소비형태인 ‘가치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시민의 모습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누구나 매일 그 무엇인가를 소비한다. 생존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과시나 환상 같은 저마다의 욕망 충족을 위한 소비도 많다. 타자와 구별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 소비만큼 좋은 수단도 드물다. 더욱이 현대사회는 소비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소비사회가 아닌가.

현대사회에서 시민들의 소비 형태와 트렌드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 등 생산자에게 그것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생산자가 트렌드를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소비 트렌드에 맞추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소비 형태는 시대상을 읽어내는 데 유용하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과시소비’ ‘보복 소비’ 등이 나오는 이유이다.

최근 가치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드러내는 소비 방식이다. 가격이 좀 비싸거나 품질이 다소 낮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에 맞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적극적·목적의식적 소비 행동이다. 실제 이마트는 저탄소 친환경과 동물복지 등의 가치를 강조한 과일과 계란, 신선식품 등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20일 밝혔다. 아예 가치 소비 전문 온라인몰을 표방한 GS리테일의 ‘달리살다’는 출범 1년 만에 매출이 7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런 가치 소비의 바탕에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을 표출하는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 out) 확산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소비를 유발하는 가치는 다양하다. 개인적 취향도 있을 수 있지만 환경과 인권, 복지, 나눔, 사회적 약자 보호,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공익적인 가치가 대부분이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이런 가치들이 촉발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가치를 중시하면 생산자는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마련이다. 판매수익 기부 같은 대의명분을 내세운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도 그중의 하나다. 지금 나의 작은 가치 소비가 더 좋은 사회를 위한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낱 마케팅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지만 소비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기도 하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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