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토론회서 '전두환 옹호' 발언 난타.."5공수호냐" "스티브 유도 병역기피 안했으면 잘했냐"

유정인 기자 2021. 10.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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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후보(왼쪽부터)가 20일 오후 대구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구·경북 합동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씨 옹호’ 발언 논란의 불씨가 20일 국민의힘 대선주자 토론회로 옮겨붙었다. 경쟁 주자들은 윤 전 총장에게 “제2의 전두환이 되겠다는 생각인가”(유승민 전 의원), “5공(화국) 시대에 정치가 있었냐”(홍준표 의원)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윤 전 총장은 “곡해하지 말라” “(홍 의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계승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4명은 이날 오후 대구MBC에서 열린 대구·경북(TK) 지역 합동토론회에서 맞붙었다. 광주, 제주, 부산·울산·경남에 이어 네 번째 지역 합동토론회다. 당 핵심 지지지역으로 당원들이 집중 분포한 곳이라 최종후보 선출을 보름여 앞두고 ‘당심 잡기’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5공 수호냐” “앞뒤 잘라 말하지 말라”

토론회에서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의 전두환씨 옹호 발언 논란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12·12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을 빼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평가할 수 있나”라며 “문재인 정부에게 조국사태와 부동산 빼면 잘했다, 친일파에 나라만 안 팔아넘겼으면 잘했다, 스티브 유(가수 유승준씨)에게 병역기피만 안했으면 잘했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5공을 수호하고, 독재를 수호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부산에서 당원들과 만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그거는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유 전 의원 질문에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대학시절 모의재판에서도 전 전 대통령에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민생을 챙기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고 어떤 정부든 업무방식이나 정책에서 잘 된 게 있으면 뽑아서 써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인권탄압, 야당탄압, 언론탄압을 다 했는데도 정치를 잘 했다는 것이냐”고 따지자, 윤 전 총장이 “곡해해서 말하지 말라”고 답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홍 의원도 “우리(보수정당)가 5공과 단절하기 위해 30년간 큰 노력을 했다. 5공 시대에 정치가 있었나. 독재만 있었다”면서 윤 전 총장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전 대선에서 홍 후보도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계승하겠다고 본인도 말씀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윤 전 총장에게 해명 기회를 부여하며 다른 두 주자와 거리를 뒀다. 원 전 지사는 “역대 대통령들마다 인사스타일과 인사철학이 다 달랐고 그에 대한 국민 평가 등도 달랐다”면서 “그런 것을 고민하다가 (윤 전 총장의) 이런 발언이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인사철학을 묻는 방식으로 해당 발언을 직격하진 않았다.

윤 전 총장은 토론회에서도 논란의 발언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5·18 피해자 분들께서 아직도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그 분들을 더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면서 “저는 공직생활에서도 호남 출신 후배들을 따뜻하게 배려했고, 저야말로 지역감정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전설, 신화, 레전드”, “박정희 공항”…박정희 띄우기

이날 토론회에는 유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언급됐다. 최종 후보 선출이 일반국민 여론조사 50%와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 합산으로 결정되는 만큼, 당원이 몰려있는 TK 지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며 저마다 당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원 전 지사는 “박 전 대통령은 어찌보면 가장 뛰어난 용인술의 교과서, 용인술의 전설, 신화, 레전드라 생각한다”, “60년 전 이 가난한 나라를 이끌려고 고뇌를 거듭한 박 전 대통령을 늘 묵상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도 “박 전 대통령은 권력은 늘 나눠서 견제하게 했고 경제에 관한 권한을 줄 때는 실력자를 뽑아 믿고 맡겼다”고 이에 호응했다.

유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전씨를 비교하면서 “박 전 대통령도 잘못된 방식으로 정권 탈취했지만 5·18처럼 민간인을 살인하지 않았다. (반면 5공은) 우리 정권 중 가장 헌법상 정통성 없는 정권이고, 민주공화국을 부정한 정권이기 때문에 경제 성과도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홍 의원은 TK ‘5대 공약’의 첫번째로 “TK 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짓고 국비를 들여 관문 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에 가혹한 처사를 거듭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지역 정서를 자극했다. 홍 의원은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를 중앙지검장 자격으로 불허했는데 받아주지 그랬느냐”며 “자택조차 검찰이 경매해서 처분한 건 너무한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형집행 정지 불허는)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의 의사 네 분이 다 반대해서 안 된 것”이라고 했다. 자택 경매를 두고는 “핑계대는 건 아니지만 기소 후 환수조치가 법원에서 내려지면 예외를 두기가 참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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