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손잡고, 자체 프로그램 만들고.. 스스로 인력난 타개 나선 배터리 업계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제품 생산과 개발에 필요한 맞춤형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정부 차원의 배터리 전문 인력 양성 지원과 더불어 기존 대학과 연계한 협력하에 선제적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터리 업계 부족 인력은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이 1,013명, 학사급 공정 인력이 1,810명이다. 그만큼 각 사의 인재 확보가 절실하단 얘기다.

19일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CHO 부사장과 명재민 연세대 공과대학장(화면)이 'LG에너지솔루션-연세대학교 이차전지융합공학협동과정 계약 체결식'을 진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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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학과에 이은 '배터리학과'의 탄생

LG에너지솔루션은 연세대와 '이차전지융합공학협동과정'을 운영키로 하고 협약식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고려대와도 '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를 개설하고 모집 공고도 냈다. 두 과정 모두 채용이 연계된 '계약 학과' 과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양 과정을 통해 약 40명가량의 석·박사 인력을 확보하게 됐다.

과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 일부 대학과 채용 연계형 학과를 개설한 사례가 있었지만, 배터리 업체가 국내 대학과 계약 학과를 설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은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받고, 학위 과정 중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구도 수행하게 된다.

SK온 역시 국내 교육기관과 협력해 배터리 인재를 직접 육성키로 했다. SK온은 이달 12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e-SKB’ 석사과정 모집 공고를 내고 배터리 인재 모집에 들어갔다. 석사 과정 졸업 후에는 SK온 취업에 특전을 제공받고, 배터리 선행연구, 배터리셀·공정·시스템 개발 등에 채용될 예정이다. 입학생에겐 2년간의 등록금과 학연 장려금을 지원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 회사의 미래 비전 등을 소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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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직접 챙기는 해외 인재 유치… 자체 교육기관 설립도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현지로 날아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한 'BC(Business & Campus)투어'에 김종현 사장을 비롯해, 김흥식 최고인사책임자(CHO), 정근창 배터리 연구소장 등 리더들이 총출동했다. 이 행사엔 북미지역 배터리 연구개발(R&D) 분야 석·박사 및 경력사원 등 40여 명의 인재가 초청됐다. 최고 경영진은 이들과 직접 대화하고 현장 인터뷰도 실시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법인은 지난 7월 오폴공과대학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현지 인력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SK온도 이달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포럼'을 열고 대대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을 필두로 지동섭 SK온 사장, 이장원 배터리 연구원장 등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준 사장은 "2023년까지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일본 등으로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전문 인력 조기 육성을 위해 자체 배터리 전문 교육기관인 LG IBT를 오창 2공장에 설립할 예정이다.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전문 교육기관 신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월부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IBT 파일럿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