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는 익은 듯 안 익은 듯"..관저요리사 갑질 여전

김준범 2021. 10. 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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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에 나가있는 대사나 총영사가 현지 외빈을 초청하는 공식 행사 때, 음식 조리를 총괄하는 '관저요리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공관에서 130여 명이 근무 중인데요.

문제는 공관장의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이른바 '갑질'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건데, 미국의 한 총영사관에서 갑질 폭로가 나왔습니다.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관저에서 만찬이 열리고, 외빈용 메뉴를 조리하는 모습.

관저요리사의 공식 업무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이런 행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임○○/전직 관저요리사 : "(지난해는) 2월부터 없었으니까 8번~10번?"]

공식 행사는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 관저에서는 일상식 조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 총영사의 부인이 총영사와 가족이 먹을 식사를 요리하라고 수시로 지시했다는 겁니다.

["저녁 반찬, 아이디어 좀 내 봐요."]

["브로콜리를 데쳤죠? 데치지 말고 쪄줄래요? 익어도 안되고, 안 익어도 안되고."]

["물만두 점심에 할 수 있게끔…개인적으로 생강 씹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임○○/전직 관저요리사 : "아주 까다로운 집안이었죠. 예를 들어 감자를 2mm로 썰어서 부서지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은,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게."]

깨알같은 지시를 받아 적은 관저요리사의 업무수첩, 각종 일상식 지시가 빼곡합니다.

근무일지도 총영사가 아닌 부인이 결재했습니다.

[임○○/전직 관저요리사 : "공식 행사가 없어져버렸는데 밥을 해주고 있으니 가사도우미로 고용된 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런 자괴감이 매일 들죠."]

외교부는 지난 2017년 '관저요리사 운영지침'을 만들었습니다.

근무시간 중 일상식을 하는 걸 명확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김경협/국회 외교통일위원회 : "공관장의 관저라는 곳이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생활이 혼재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공사가 정확히 구분되지 못함으로 인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해당 총영사 측은 관저요리사와 협의해서 일상식을 하기로 했던 것이며, 되도록 휴게시간에 하도록 당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8월 총영사관 현지 감찰에 착수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최창준

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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