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버스 준공영제]⑧ 투명한 보조금 집행 강조했지만..노동자 복리비는?
[KBS 제주] [앵커]
버스 준공영제 실태를 알아보는 연속기획 마지막 순서입니다.
버스 준공영제 도입 후 제주도는 운전 기사 복리 후생을 위한 기타복리비도 지급하고 있는데요.
이 기타복리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도내 한 버스 업체 운전 기사들에게 지급된 여름철 정복 셔츠입니다.
맞춤복이라는데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소매가 손등을 뒤덮고, 옷 라벨을 잘라낸 흔적도 보입니다.
[○○교통 버스 기사/음성변조 : "다른 분들도 (수선) 많이 하신 분은 세 번, 두 번 하셨죠. 근데 결국 다른 분들도 안 입으셔요. 못 입겠다."]
이 셔츠에 바지와 점퍼까지 정복 구입 비용은 22만 7천 원.
버스 업체가 노동자를 위한 기타복리비로 구매했다는데, 일부 기사들은 구매 비용에 못 미치는 옷이라고 주장합니다.
[○○교통 버스 기사/음성변조 : "어마어마하게 황당했죠. 황당한 게 아니고 말이 안 된다. 제가 생각했을 땐 이 금액에 이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개되지 않았던 정복 구입비 내역은 회사 내 소수 노조가 요구해서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상용/민주노총 ○○교통지부장 : "(회사 측에서) 2017년도부터 지금까지 보여주더라고요. 딱 16절지 한 장에 딱 그 정도로. 5억 천만 원이면 물품 구입비로 얼마, 피복비로 얼마."]
회사 측은 맞춤복 납품 업체를 다수 노조에서 정했다고 밝혔고, 다수 노조 측은 옷이 좋아 보여 선정한 것으로 업체 선정엔 문제없었다는 입장.
결국, 이 문제와 관련해 경찰 수사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타복리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불투명한 기타 복리비 사용 문제를 도의회 청원으로 알린 다른 버스 업체의 내부 고발자입니다.
3년 동안 기타복리비에 대한 내용을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회사와 소속 노조에 회사 내부 문제 제기와 함께 복리비 내역서 공개도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소속 노조에서의 제명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여객 버스 기사/음성변조 : "지금까지 유령 인간이 됐습니다. 이 사람(노조원)들이 자기도 불이익을 당할까 봐 저를 쳐다보질 못해요. 대화도 못 합니다. 커피도 못 마셔요."]
업체 노조 측은 해당 고발자에 대해 조합 질서를 문란케 해 상벌위원회를 거쳐 노조에서 제명했다며, 따돌림을 조장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같은 기타복리비 문제는 2년 전 감사위 성과감사에서도 불거졌습니다.
당시 7개 버스 업체가 기타복리비로 사용할 수 없는 회사의 무사고 기원 불공비나 대표이사 대외 활동비, 명절 주주 선물 등에 쓴 사실이 밝혀졌고, 감사위는 제주도에 지도 감독이 필요하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한 해 제주도 보조금으로 버스 업체들에 지급되는 기타복리비 추정액은 27억 원 정도.
도의회 청원에 이어 경찰 수사가 진행될 정도로 버스업체 기타복리비 문제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제주도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그래픽:서경환
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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