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방출 후보→가을 구세주..벨린저의 반전 스토리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정규시즌 1할대 타율에 머물며 방출 이야기까지 나왔던 코디 벨린저(26·LA 다저스)가 가을야구에서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다.
벨린저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PS)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 4선승제)에서 7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해 8회말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을 포함 3타수 1안타(홈런) 3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다저스의 6-5 역전승을 이끌었다.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NLCS 1·2차전에서 2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한 다저스는 3차전에서도 믿었던 에이스 뷸러가 3.2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지면서 8회초까지 2-5로 끌려가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다저스의 3차전 승리 확률은 6.5%(팬그래프닷컴 기준). 만약 3차전까지 패할 경우 시리즈 전적 무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저스를 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한 것은 벨린저였다. 벨린저는 8회말 윌 스미스와 A.J. 폴락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2루 찬스에서 애틀랜타 마무리 루크 잭슨의 4구째 95.6마일(154km/h) 하이 패스트볼을 통타, 동점 우중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볼카운트 1-2에서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던진, 존에서 2개 정도 빠진 공이었는데 그걸 때려서 담장을 넘겼다.
이후 다저스는 크리스 테일러의 안타와 도루, 무키 베츠의 적시 2루타로 역전에 성공. 9회초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을 투입해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경기를 끝냈다.
벨린저의 아버지는 만 30세의 나이로 늦깎이 데뷔해 뉴욕 양키스(1999-2001)와 애너하임 에인절스(2002)에서 4시즌 동안 183경기에서 타율 0.193를 기록한 클레이 벨린저. 2004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A 팀을 마지막으로 야구선수에서 은퇴한 클레이 벨린저는 은퇴 후 애리조나주 길버트시에서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아들이 속한 리틀리그 팀의 코치를 맡았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야구를 접한 벨린저는 2007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진출에 기여하는 등 일찍 두각을 드러냈고, 고교 시절에도 타율 0.429을 기록하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팀은 193cm란 큰 키에 비해 몸무게는 77kg밖에 나가지 않고, 졸업 시즌 홈런을 하나박에 치지 못한 벨린저를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 후보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벨린저를 주목하는 팀도 있었다. 다저스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124번으로 벨린저를 지명, 오리건 주립대에 진학 예정이었던 그에게 지명 순위 대비 약 30만 달러 더 많은 계약금인 70만 달러를 제안하면서 팀에 눌러 앉히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합류한 다저스 산하 루키리그에서 벨린저는 그의 야구인생을 바꿔놓을 은사를 만나게 된다.
바로 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감독 게이브 케플러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 켄 로젠탈에 따르면, 당시 다저스의 육성 총괄이었던 케플러는 훈련장에 도착한 벨린저를 보자마자 두 가지를 지시했다. 하나는 1루수 외에도 외야수 수비 훈련을 병행하라는 것. 나머지 하나는 식이요법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라는 것이었다.
이에 벨린저는 아버지 클레이와 함께 GOMAD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GOMAD 프로젝트란 'Gallon Of Milk A Day'의 약자로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하루 1갤런(3.8리터)의 우유를 마시면서 고강도의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뜻한다. 단시간에 엄청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그 칼로리를 소화할만한 훈련량이 뒷받침해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2년간 부단한 노력 끝에 92kg까지 증량에 성공한 벨린저는 한층 강력해진 파워를 바탕으로 당겨치기 시작하면서 2015년 상위 싱글A에서 30홈런을 기록, 단숨에 주목받는 거포 유망주로 성장했다(2013-14년 98경기 4홈런).
이후 벨린저의 활약은 잘 알려진 대로다. 2017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벨린저는 39홈런으로 당시 기준 내셔널리그(NL) 신인 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NL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데뷔 2년 차인 2018시즌에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으며 25홈런에 그쳤지만, 이듬해인 2019년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15도루 OPS 1.035를 기록, NL MVP에 선정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해 옆구리 부상에 시달리며 정규시즌 타율 0.239 12홈런 30타점 OPS 0.789에 그쳤던 벨린저는 NLCS 7차전에서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끄는 역전 홈런 때려냈으나, 팔뚝 세리머니를 하다가 어깨가 탈구됐고 결국 시즌 종료 후 어깨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그 여파로 올해 정규시즌 타율 0.165 10홈런 36타점 OPS 0.542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벨린저의 부진이 길어지자 시즌 중반에는 내년 연봉조정 마지막 해인 그를 논텐더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주전 1루수인 맥스 먼시가 부상을 당했을 땐 포스트시즌 1루수로 그가 아닌 맷 베이티를 써야 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 되자 벨린저는 정규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탈바꿈했다.
벨린저 95마일 이상 패스트볼 상대 성적
정규시즌 : 56타수 8안타(.143) 1홈런포스트시즌 : 5타수 3안타(.600) 1홈런
2021 포스트시즌 하드히트 비율(%) 순위
코디 벨린저 : 73.3카일 슈와버 : 60.0케빈 키어마이어 : 60.0J.D. 마르티네스 : 59.1*벨린저 타구 15개 중 하드히트 11개
포스트시즌 들어 벨린저가 가장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배트를 짧게 잡고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벨린저는 정규시즌엔 고전하던 95마일 이상 빠른 공에도 타이밍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또한, 빠른 공 대처 능력이 좋아지면서 벨린저의 하드히트(95마일 이상 타구) 비율도 포스트시즌 들어 73.3%(정규시즌 34.4%)까지 높아졌다.
벨린저 정규시즌 & 포스트시즌 성적 변화
정규시즌 : 타율 .165 / 출루율 .240 / 장타율 .302포스트시즌 : 타율 .292 / 출루율 .393 / 장타율 .458
NLDS 5차전 9회 결승타에 이어, NLCS 3차전 8회 동점 스리런까지 벨린저가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려내고 있는 이유다. 현재까지 벨린저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타율 0.292 1홈런 6타점 OPS 0.851. 6타점은 시거, 테일러와 함께 팀 내 공동 1위다. 과연 정규시즌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한 벨린저는 지난해에 이어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 수 있을까?
남은 가을, 벨린저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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