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지운 이재명 '野 도둑론' 기세..심상정 '내공남불' 공격엔 몸낮춰

박주평 기자,윤다혜 기자,이준성 기자 2021. 10. 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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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유동규 임명 공략..이재명 "기억 안나"→"사장이 임명"
심상정 공세는 반박 대신 수용..野 "대가 못받아 서운하지 않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윤다혜 기자,이준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지난 18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논란이 됐던 '실소' 등 답변 태도를 고치고, 차분한 답변으로 '대장동 의혹' 공세를 방어했다.

국민의힘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임명' 등 이 지사의 '약한 고리'를 공략했지만, 이 지사를 궁지에 몰아넣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저격수'를 자처하며 유 전 본부장 인사와 관련해 이 지사의 사과를 끌어내고, '설계자'로서 이 지사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부각시켰다.

이날 이 지사는 국감 인사말부터 "제 과거에 관한 일, 도지사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에 대해선 답을 못 드려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국감은 인사청문회가 아니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또 오전 질의가 끝났을 때는 기자들과 만나 "첫날 질의보다 기대치 이해라고 할까"라며 "소리 지르는 게 많은 것으로 봐서 하실 말씀이 정당성이 없어 그러는 게 아닐까"라고 여유를 보였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도둑질 하라고 시킨 사람을 뭐라고 하냐"고 묻자 이 지사는 "교사범이라고 한다"고 답했고, 이를 받아 박 의원이 "도둑질한 사람은"이라고 이어가자 그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게(도둑) 국민의힘이다. 나는 도둑질을 못하게 막은 사람"이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국감과 마찬가지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의 책임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고, 민주당은 부산 엘시티 사업과 대장동 사업을 비교해 '공익 환수'를 치켜세우는 등 방어에 주력했다.

◇野, 유동규 임명 공세…이재명 "기억 안 나→사장이 임명"

야권은 이 지사의 측근 의혹이 불거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임명 절차, 대장동 의혹 초과이익 환수를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 지사의 '말 바꾸기'를 문제 삼았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유 전 본부장 인사 절차에 대해 "임명에 개입한 적이 있느냐', "이사장이 공석이었는데 행정국장이 (인사 절차를) 대행했다"고 따져 물었다.

이 지사는 "제가 불법적으로 뭘 했을 리는 없고 인사 절차 자체가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유동규가 내 말이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주민한테 말하는 것을 알았냐"고 재차 유 전 본부장과의 측근설을 부각했고, 이 지사는 "그런 정도의 영향이 있었으면 제가 사장을 시켰겠다. 본부장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미리 보는 대선 토론회'로 관심을 모은 심상정 의원은 '저격수'를 자처하며 공세를 펼쳤다. 심 의원은 유 전 본부장 임명 절차를 알지 못한다는 답변에 대해 "매우 무책임하고 비겁하게 느껴진다"고 질타했다. 이 지사는 심 의원의 지적을 반박하기보다 수용하면서 '저자세'를 보였다.

이어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정도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냐"며 "그렇다면 앞으로 국민이 더 큰 인사권을 (이 지사에게) 절대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느끼고 특히 자신의 권한을 오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 책임을 느끼고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이 지사는 오후 질의에서는 '기억이 없다'는 기존 답변을 정정했다. 이 지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 임명 과정을 물어서, 왜 기억이 없나 확인했더니 본부장 인사는 제가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장이 없을 경우 행정국장이 대행하는데 그래서 제 기억에 없었던 듯하다"며 "유동규는 시장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직접 관여하지 않아 기억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공익환수는 내 공, 잘못은 남 탓"…이재명 "아프게 받아들여"

심 의원은 초과이익 환수와 관련해서도 '돈 받은 자=범인, 설계한 자=죄인'이라는 팻말을 들고 공세에 나섰다. 대장동 사업 관련 비리에 대해 법적 책임과 별개로 이 지사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따진 것이다.

심 의원은 "대장동 사업을 두고 국민 생각과 이 지사 입장에 괴리가 크다"며 "국민들이 70%가 이 지사의 책임론을 말하고 있으며, 대장동 사업이 (국민들의) 자산 격차 해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도둑질을 설계한 사람은 도둑이 맞지만 공익환수를 설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며 "설계를 공익환수한 부분은 성남시에, 부패설계 부분은 투자자 쪽에 물어보고 거기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추가 질의에서도 "이 지사 말씀을 종합하면 공익환수는 내 공이고, 잘못한 건 다 남 탓이고, 곤란한 건 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며 "요약하자면 한 마디로 '내공남불'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기존에 국민의힘 의원들 질의를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심 의원 질의에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대응했다. 이 지사는 "다 이재명 지사 책임이라고 하는 것 같아 아쉽지만 그 지적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정치인이니 모두 책임을 지긴해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 "대장동 대가 못받아 서운하죠"…野 헛발질

이날 국감에서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 이익을 받지 못해 부인이 서운해하지 않느냐'는 다소 황당한 질문으로 눈길을 끌었다.

송 의원은 "막대한 1조원 가까운 이익금이 발생하게 했는데 그것을 준 사람이 누구인가, 사실상 성남시장 아니겠나"라고 물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 뭐 하려고 국민의힘 정치인에게 돈을 주겠나"라며 "이익을 본 것은 전부 국민의힘이고, 저는 국민의힘이랑 별로 가깝지 않다"며 반박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이 지사가 설계한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는데, 1조원 이익에 기여한 공로로서 소정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좀 대가를 받았나"라고 직접적으로 질문했다.

이 지사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면서 "바로 그것이다. 안 주더라니까요"라며 "왜냐면 피해를 입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나아가 송 의원은 "되게 서운하죠. 혹시 옆에 부인께서 서운해하지 않던가요"라고 질의를 이어갔고, 이 지사는 "제 아내는 그렇게 부정한 돈을 탐할 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대꾸했다. 송 의원은 "아 진짜 너무하네, 너무해. 화천대유 대표 누구세요! 대표 반성하세요!"라고 대응했다.

이 지사는 "재밌게 잘 들었다"며 "많은 사람이 엄청난 규모의 이권 사업에서 인허가자가 왜 돈을 받지 않았겠냐고 하는데, 그래서 부처 눈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엔 돼지가 보인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송 의원은 도저히 상상못할 수는 있는데, 저흰 그런 사람 아니다"라며 "눈앞에 황금이 쌓여도 굳이 손대지 않고 되돌려주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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