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두환 망언' 반성 없는 윤석열, 대선주자 자격 있나

한겨레 2021. 10. 20. 18: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자신의 '전두환 미화' 발언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전날 자신을 비판한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말만 하면 앞뒤를 떼고 본뜻을 왜곡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던 것의 연장이다.

전날 윤 전 총장의 발언에서 가장 큰 공분을 일으킨 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는 대목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 대선]

20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진보당 광주시당 당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 미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과와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자신의 ‘전두환 미화’ 발언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전날 자신을 비판한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말만 하면 앞뒤를 떼고 본뜻을 왜곡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던 것의 연장이다.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대신 발언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남 탓으로 몰아간 것이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그릇된 역사의식만 문제인 게 아니라 정치인의 기본 자질인 성찰과 공감 능력마저 결핍한 게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 (부산 해운대구 당협 방문 때) 하고자 했던 말은 대통령이 되면 만기친람 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해서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학생 때인 1980년 봄 학내 모의재판에서 당시 신군부 실세였던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이력을 언급한 뒤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자신의 발언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정치권과 언론이 의도적으로 앞뒤를 잘라 독재자 미화 발언으로 둔갑시켰다는 얘기다. 수긍할 수 없는 해명이다.

전날 윤 전 총장의 발언에서 가장 큰 공분을 일으킨 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는 대목이었다. 군사 반란과 시민 학살, 민주주의 말살과 인권 탄압, 부패와 부정으로 얼룩졌던 전두환씨의 8년 폭압통치를 두고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이란 단서 하나 붙여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칭찬한다면, 목숨 걸고 독재에 저항했던 국민의 희생은 무엇이 되는가. 그의 해명대로 ‘시스템에 따른 국정 운영’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면 굳이 전씨를 거론할 이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그릇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5·18 학살의 피해자인 호남 사람들까지 끌어들인 것은 ‘공감 능력 부재’를 넘어 ‘패륜’에 가깝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저녁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도 사과 없이 “경선이 끝나면 아직도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광주의 5·18 피해자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보듬겠다. 공직 생활하면서도 호남 출신 후배들을 따뜻하게 배려했다. 나는 지역감정 같은 건 없는 사람이다”라고 엉뚱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당 지도부와 경쟁 주자, 심지어 캠프 안에서조차 ‘사과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데도 ‘나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건 기개도 소신도 아니다. 대통령이 되어 국정을 이끌겠다는 이에게 ‘왜곡된 역사관’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언제나 내가 옳다는 독선, 남들이 뭐라든 내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아집이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