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속 父영정 밑 돈봉투" 백신 맞고 이틀뒤 숨진 어머니 선물

장구슬 2021. 10. 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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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틀 만에 뇌출혈로 숨진 70대 어머니가 접종 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아들에게 선물을 남긴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접종 후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충북 진천군에 거주하는 청원인 A씨는 자신의 어머니 B(73)씨가 지난 5월31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고 이틀 후인 6월2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사망 당일 B씨는 오후 4시쯤 청원인의 3세 딸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하던 중 길거리에 쓰러졌다. 이를 발견한 지인과 이장 등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119에 신고했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결국 2시간 만에 숨졌다.

A씨는 “의사는 사인이 뇌출혈(지주막하)이라며 시간의 개연성으로 볼 때 백신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시고, 보건소에 접수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가 그날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이틀 후에 돌아가셨겠느냐. 접종 전에는 혼자 밭에 가셔서 파와 상추도 심고 손주들을 보살필 정도로 건강하셨던 분”이라며 “너무도 분통하고 애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는 장례를 치르는 도중 한 지인으로부터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선물’에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장례식장에 찾아온 한 지인은 어머니가 ‘집에 100만원을 숨겨 놓았으니 만일 내가 백신을 접종하고 잘못되면 아들에게 그 말을 꼭 전해 달라’는 말을 건넸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 말이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이 될 줄 몰랐다”며 “장례를 마치고 옷장 속 아버지 영정사진 밑에 돈 봉투를 발견 후 저와 가족들은 그 자리에서 울음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에 한 번 어머니께 10만원씩 드린 용돈인데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못하고, 애들 간식 사주고 조금씩 남은 돈을 모으셨던 것”이라며 “어려운 형편이지만 그 돈은 도저히 쓸 수가 없어서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효도도 제대로 못 하고 손자 손녀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만 하시고 이렇게 허망하게 가신 것에 대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 살림과 3살 딸아이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3살 딸아이는 엄마보다 할머니를 찾는다. 어머니의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국가와 주위 사람, 손주를 위해 접종했는데 한 줌의 재가 돼서 돌아가셨다”며 “부디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밝혀 주시고, 저처럼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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