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광란의 폭로를 멈추라!

한겨레 입력 2021. 10. 20. 18:16 수정 2021. 10. 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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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의해 썩은 고기가 던져지자, 굶주린 사냥개가 달려든다.

악취가 진동하는 고기를 덥석 물고는 의기양양해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잔혹 서사다.

썩은 고기는 누가 던졌나? 그리고 그 고기를 함께 먹고 있는 우리는 무사할 것인가? 알려진 것처럼 애초에 이 썩은 고기는 성범죄 사건 피고인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변호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판 과정에서 얻은 자료의 일부를 언론에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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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정용철|서강대 교육대학원 스포츠코칭전공 주임교수

누군가에 의해 썩은 고기가 던져지자, 굶주린 사냥개가 달려든다. 악취가 진동하는 고기를 덥석 물고는 의기양양해한다. 최근 <디스패치>가 공개해 일파만파 논란이 커지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사적 문자 내용 공개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잔혹 서사다.

그사이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및 폭행 혐의를 받고 1심에서 징역 10년6개월, 2심에서 13년 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피해자에 대한 상상을 초월한 비난이 이어진다. 승부조작 의혹, 불법도청 의혹이 불거지고 곧바로 국가대표 자격 및 메달 박탈이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4개월 앞둔 시점에서 피해자의 올림픽 출전은 불투명해졌다. 그동안 피해자의 재기를 응원하던 평범한 국민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앞으로 조사를 통해 승부조작 그리고 불법녹음 의혹의 진위는 밝혀질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재범 전 코치가 이번 폭로를 통해 스스로 밝힌 대로 과거 우리나라 쇼트트랙계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협박, 회유, 폭행 등이 난무해왔다는 점이다. 어린 선수들은 누구 라인에 서지 않으면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진다는 불문율을 잘 알고 있었고, 간혹 이에 저항하는 선수나 지도자는 그 세계에서 퇴출되는 것으로 대가를 치러왔다. 원팀 같은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서로를 의심하고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약육강식의 문화가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판이다.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같은 선수에게 할 수 있냐고 충격을 받는다. 정말 몰랐나? 일찍이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정하는 짬짜미 논란이 있었고 파벌에 못 이겨 국적을 바꾼 선수도 있었다. 같은 편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탱크를 세우다 결국 치료 시기를 놓쳐 젊은 선수가 생을 마감하고 그의 누이는 올림픽에서 왕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체육대학교를 배경으로 한 개인이 왕국을 세우고 올림픽 때마다 찬란한 메달 뒤에 드리워진 음습함으로 국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바로 그 종목, 쇼트트랙이다. 메달에 취해 모두 과거를 잊었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썩은 고기는 누가 던졌나? 그리고 그 고기를 함께 먹고 있는 우리는 무사할 것인가? 알려진 것처럼 애초에 이 썩은 고기는 성범죄 사건 피고인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변호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판 과정에서 얻은 자료의 일부를 언론에 제공한 것이다. 이 자료에는 피해자가 제출한 전화기에 대한 포렌식 데이터가 포함돼 있었다. 피고인이 방어권 차원에서 입수했다는 이 자료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문자 이외에도 피해자의 광범위한 사적 정보가 담겨 있었다. 과연 왜, 누가 이 자료를 복구해 피고인한테 넘겼을까? 만약 당신이 성폭력 피해자인데 가해자 처벌을 위해 전화기를 제출했더니 그 안에 있던 사적 정보가 모조리 가해자의 손에 들어갔다고 상상해보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지금 피해자에게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피고인이 써 내려간 막장 드라마의 주연 혹은 조연을 맡아 연기를 시작한 셈이다. 더불어 성폭행의 자세한 정황이 담긴 1심 판결문까지 공개되어 대중은 이를 또 나눠 먹고 있다. 그걸 읽고 잠시나마 동정했던 조 전 코치를 다시 쓰레기라고 욕하고 있다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자, 이 <오징어 게임>의 최후 승자는 누구인가? 드라마 속 1번 참가자이자 게임을 디자인한 오일남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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