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마곡시대'..서남권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10월 이전 개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노출 콘크리트 기법' 설계
원형통로 '튜브' 등 세 콘셉트
1335석 다목적 그랜드 씨어터
가변형 극장 365석 블랙박스도
'개관 기획' 내년 상반기 공개
실험적인 기획 공연으로 호평을 받아온 LG아트센터(조감도)가 22년간의 서울 역삼동 시대를 마감하고 내년 10월 서울 마곡동으로 옮겨 새롭게 문을 연다. 서울의 새로운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심우섭 LG아트센터 대표는 20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22년간 많은 예술가와 관람객의 사랑을 받아온 LG아트센터가 내년 2월을 끝으로 역삼동 시대를 마감한다”며 “마곡 이전에 대해 고민과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이면의 기회와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LG연암재단이 운영하는 LG아트센터는 2000년 3월 GS타워(옛 LG강남타워) 안에 1103석 규모로 개관했다. 외환위기로 많은 기업이 문화 지원을 축소하던 때였지만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오히려 “공연의 대중적 흥행에 연연하지 말고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예술 공연을 국내에 소개할 수 있도록 하라”며 힘을 실어줬다.
개관 이후 총 867편의 작품을 6300회 공연했고, 450만 명의 관객이 방문했다. 콤파스(CoMPAS)라는 기획 공연이 특히 유명하다. 연극, 무용, 클래식, 재즈·월드뮤직 분야에서 혁신적인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했다. 수많은 거장이 LG아트센터를 통해 국내 관객을 만났고, 실험적인 시도도 많이 이뤄졌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32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2년 동안 총 8회에 걸쳐 완주한 곳도 LG아트센터였다.
이전은 오래전부터 검토됐다. 2005년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되며 GS타워에 계속 입주해 있을 필요가 없었다. 시설 노후화와 독립 공간이 없는 데서 생기는 불편도 한 이유였다. 2만5000여 명이 근무하는 LG그룹의 첨단 연구개발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가 마곡에 들어서고, 이곳에 공연장을 유치하려는 서울시의 바람이 맞아떨어지며 이전이 결정됐다. 마곡 LG아트센터는 서울시에 공공기여(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LG가 20년간 운영권을 갖는다.
심 대표는 “마곡은 유동인구가 30만 명에 달하고 1인 가구 비율이 42%에 달하는 젊은 도시”라며 “교통도 사통팔달로 편해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마곡이 포함된 서울 서남권은 서울 인구의 약 30%인 317만 명가량이 거주한다.
서울식물원 옆 공원에 들어서는 LG아트센터는 가로·세로 100m 넓이의 땅에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로 짓고 있다. 공사비로 4년6개월 동안 약 2500억원이 투입됐다. 설계는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맡았다. 건물의 총바닥면적(연면적)이 4만1631㎡로 현재 LG아트센터의 두 배에 달하고,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의 마곡나루역과 직접 연결된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서도 걸어서 갈 수 있다.
새로운 LG아트센터는 크게 세 가지 콘셉트로 설계됐다. 지상층을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원형 통로인 ‘튜브’, 지하철 마곡나루역과 센터의 지상 3층을 연결하는 계단으로 이뤄진 공간인 ‘스텝 아트리움’, 로비의 곡선 형태 벽면인 ‘게이트 아크’ 등이다.
단관 공연장인 역삼동 LG아트센터와 달리 ‘그랜드 씨어터’와 ‘블랙박스’ 등 2개의 공연장을 갖췄다. 그랜드 씨어터는 대편성 오케스트라부터 오페라, 뮤지컬, 연극, 발레, 콘서트까지 공연할 수 있는 1335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이다. 잔향 시간을 1.2∼1.85초로 조정해 장르에 따라 적합한 음향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건축분리구조공법(Box in Box)을 홀 전체에 적용해 지하철뿐 아니라 헬리콥터 및 항공기 소음까지 완벽히 차단했다.
365석 규모의 블랙박스는 공연 성격에 따라 좌석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가변형 극장이다. 공연자의 의도에 따라 유연하게 무대와 객석을 조합할 수 있다. 이중벽체구조로 소음도 차단한다.
LG아트센터는 내년 10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개관 기념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내년 상반기 공개한다. 이현정 LG아트센터 공연사업국장은 “역삼의 경우 관객이 공연만 보러 극장을 찾았다면, 마곡은 공원 안에 있어 공연 외에 다양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며 “이전까지 해온 컨템포러리 공연을 비롯해 가족 관객을 위한 공연, 새로운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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