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석 칼럼] 친환경 자동차의 역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 10. 20. 18:00 수정 2021. 10. 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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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달인'이라는 즐겨보는 TV프로그램에서 '전기차 달인' 편을 방영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생산·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친환경차인가?'라는 질문에도 대답이 궁하다.

탄소중립을 구현할 친환경 에너지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전기차가 쓰는 전기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석탄과 LNG를 때서 만들어진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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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달인'이라는 즐겨보는 TV프로그램에서 '전기차 달인' 편을 방영했다. 자율주행 기능을 좋아하는 전기차 얼리버드를 달인으로 등장시킨 건 다소 억지스러웠다. 하지만 전기차의 시대가 언제 훅하고 들이닥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2005년형 애마의 수명이 간당간당해지면서 신차를 유심히 살피게 됐다. 5대의 자동차를 굴린 30년 경력자답지 않게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적절한 값의, 적당한 차종을 고르면 끝이었다. 외제차는 언감생심이었다.

이른바 '친환경'차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과 전기차 시대 도래를 선언하면서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종말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단종되는 차종을 사지 않듯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엔진차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

올 들어 국내시장에서 팔린 수입차 10대 중 3대가 친환경차였다. 하이브리드, 마일드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의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내연기관차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최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가 내놓은 전기차 모델이 자사의 엔진모델을 제치는 이변이 일어났다. 중국에서는 500만원대 초저가 전기차가 흥행몰이 중이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가 20만대를 넘어섰다.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친환경차에 대한 개념이 헛갈린다.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차가 아니다. 자동차의 연비를 끌어올리는 전기 보조장치가 달린 차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뿐이다.

올 초 독일의 폭스바겐이 탄소배출량 기준을 맞추지 못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1300억 원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하이브리드차를 주력으로 하는 일본의 도요타는 전기차 생산 시기를 늦출 만큼 탄소배출량에 여유가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생산·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탄소배출량을 낮춰 벌금을 물지 않으려는 몸부림일 따름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친환경차인가?'라는 질문에도 대답이 궁하다. 전기차는 전기 먹는 하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를 완전충전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릴 수 있다. 이 전기사용량은 한 가정에서 1주일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탄소중립을 구현할 친환경 에너지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전기차가 쓰는 전기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석탄과 LNG를 때서 만들어진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수소차도 아직까진 환경친화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물에 함유된 수소를 빼내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생산단가도 비싸고, 열효율도 떨어지고, 충전소 설치엔 큰 돈이 든다.

친환경차를 타면서 지구환경에 한몫한다는 생각은 부풀려진 진실에 가깝다. '탈원전'이라는 과장된 용어 때문에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친환경차' 또한 헛된 메시지를 전할 우려가 있다.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100% 줄이는 '넷제로'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차가 달려갈 길이 멀고 험하다.

jo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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