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에서 안보까지..대한민국 도약 시킬 '누리호 16분의 비행'

고광본 선임기자 2021. 10.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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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내일 우주로]
◆누리호가 미칠 파급 효과는
정수기·MRI 등 우주기술로 탄생
전자전기 넘어 에너지·의료 영향
미사일 고도화 가능..국방엔 필수
안정적 연소·페어링 분리가 관건
상공 700km 띄우기에 성패 갈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 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우리나라가 21일 오후 4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한국형 발사체(누리호)는 수많은 과학기술 난제를 극복하고 탄생했다. 토종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는 기술과 산업, 나아가 안보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누리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조 원가량 들여 12년 가까이 개발했다. 항우연은 이날 1.5톤 더미(모사체 위성)를 실은 누리호를 남쪽 해상으로 발사해 700㎞ 상공에 띄운다. 다만 첫 발사라 정식 위성을 탑재하지는 않는다.

△누리호 구성은=누리호는 75톤 추력을 내는 로켓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해 핵심인 1단부(대기권 돌파용·고도 59㎞ 분리)로 사용하고 75톤 엔진 1개와 7톤 엔진 1개를 각각 2단부(고도 258㎞ 분리)와 3단부(700㎞ 궤도 안착용)로 쓴다. 높이는 47.2m, 중량은 200톤(연료 56.5톤, 산화제 126톤)이다. 성공하면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 로켓엔진 개발 국가가 된다.

앞서 두 차례의 실패 끝에 지난 2013년 1월 성공한 나로호는 핵심인 1단 로켓을 러시아제로 써 우리 기술만으로 설계·제작·시험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100㎏급 위성을 300㎞ 상공에 올리는 수준이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리호는 설계·제작·시험·발사 운용 등 전 과정을 우리 기술로 진행했다”며 “누리호 성공을 계기로 우주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0년 3월 시작된 누리호 개발 사업에는 내년 10월까지 1조 9,572억 원이 투입된다.

◇안정적 연소·페어링 분리가 관건=핵심인 1단부의 75톤 엔진 4개가 똑같이 추진력을 내면서 연료와 산화제를 담은 추진제 탱크(높이 10m, 직경 3.5m)로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 이 탱크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특수 알루미늄 합금을 2㎜ 두께로 아주 얇게 만들었다. 연료 점화를 위한 액체 산소의 온도가 영하 183도나 되고 엔진 화염은 무려 3,300도에 달하는데 이것을 견뎌야 한다. 이를 통해 초당 1,000㎏의 추진제를 안정적으로 연소시켜 가스를 얻는 게 발사 성공의 관건이다. 누리호는 300여 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참여해 만든 총 37만 개의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수준 높은 소재, 용접 기술도 필수적이다.

누리호가 대기권을 통과할 때 보호 덮개인 페어링이 잘 분리되는 것도 필요하다. 앞서 나로호는 실패 원인 중 하나로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것이 꼽혔다.

정부와 항우연은 당초 누리호의 1·2차 발사 시기를 올 2월과 10월로 잡았다가 21일과 내년 5월로 조정했다. 내년 5월 2차 발사 때는 1.3톤 더미와 200㎏의 성능 검증 위성을 탑재하게 된다. 그 이후에는 누리호의 성능 향상과 상용화 모색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네 차례 추가로 발사한다.

◇산업·경제적 파급 효과는=우주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 적용된 기술은 전기 전자, 소재, 통신, 에너지, 의료, 항공, 3D프린팅, 건축 등 다양한 연관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 실례로 터보 펌프 기술을 극저온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선박에 활용하는 식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1960년대 유인 달 탐사를 위한 아폴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우주인의 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하다가 정수기·전자레인지 기술이 나올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도 위성항법장치 위성이라는 우주 기술이 있기에 가능하다. 병원에서 필수적인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도 우주 기술에서 파생됐다고 할 수 있다. 우주 기술은 방송통신, 환경 분석, 재난재해 정보제공뿐 아니라 우주인터넷, 우주 관광, 바이오 생명과학, 인공지능(AI)·3D프린팅, 신재생에너지, 건축 등으로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국방 측면에서도 위성과 발사체 기술은 필수적이다.

초소형 위성 제작·서비스 회사인 나라스페이스의 박재필 대표는 “미국·유럽·중국·일본에서는 민간이 우주개발과 상업화에 나서는 뉴 스페이스가 트렌드”라며 “우리도 우주 관련 모태펀드 조성 등 생태계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위성 자체 발사는 언제?=정부는 누리호를 활용해 2025~2030년 500㎏ 이하의 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발사, 2030~2040년에는 저궤도에 대형 위성을 보내고 3만 6,000㎞ 상공의 정지궤도 위성까지 띄운다는 목표다. 위성 발사 시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족히 수년 이상 소요되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 달 착륙선을 보낼 때도 누리호의 성능을 높여 쓰게 된다. 착륙 후보지는 내년 8월 미국 스페이스X 발사체를 활용해 발사하는 달 궤도 탐사선을 통해 물색한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누리호가 성공해도 현재 미국 스페이스X와 유럽 아리안스페이스가 장악한 위성 발사 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기가 매우 힘들다”며 차별화를 주문했다.

◇안보 측면에도 영향=누리호는 액체 연료 발사체라 신속성·기동성이 중요한 군사용으로는 쓸 수 없다. 군용인 고체 연료 발사체보다 추력은 크지만 발사 수십 분 전 추진제(연료·산화제)를 주입하고 발사도 한자리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반면 고체 연료 발사체는 추진제를 미리 넣어 장기 보관하고 이동식 발사도 가능하다. 물론 군용 목적의 액체 발사체도 있다. 다만 추진제의 장기 보관이 용이하도록 탱크를 추가 처리하고 지하 발사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국방부와 과기정통부는 2024년 75톤급 고체 연료 2단 우주 발사체로 소형 위성과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쏴 올릴 계획이다. 올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 개발 족쇄 해제와 아르테미스 협정(미국 주도의 국제 달 탐사 프로젝트) 가입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항우연과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기존 위성 분야뿐 아니라 발사체에서도 협력의 길을 트게 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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