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의 억지 정규직 전환..별도기관까지 검토

이종혁 2021. 10.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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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대신 소속기관 만들어
콜센터 파견직 1600명 직고용
기존 노조·취준생 반발 거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소속 기관을 신설해 현재 민간에 위탁 중인 고객센터(콜센터) 직원 약 1600명을 고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공단 방침에 대해 건보공단 노조가 반발하며 노사·노노 갈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외주 보안직원 직접 고용을 추진하다 정규직 노조와 취업준비생의 격렬한 반대로 논란을 야기한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공단 사무논의협의회(협의회)는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15차 회의를 열고 콜센터 직원 1600명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논의한다.

협의회는 건보공단 노사와 콜센터 노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다. 협의회는 그간 건보공단 내 별도 소속 기관을 만들어 외부 비정규직인 콜센터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아직 정규직 전환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5차 회의에서 직고용 논의를 (소속 기관 신설 형태로) 매듭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부문이 소속 기관을 신설해 비정규직을 직고용하는 건 이례적이다. 문재인정부가 2017년 집권 초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했으나 대부분 기관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자회사를 만들어 직고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공공기관 자회사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며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소속기관은 상위 공공기관과 이사장·이사회·정관·법인이 동일하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보다 더 직고용에 가까운 형태다.

콜센터 비정규직 노조는 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파업과 집회를 벌였다. 하지만 건보공단 직원들은 공단 측의 직고용 계획이 "공정하지 않다"며 반발해 노노 갈등이 커진 상태다.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는 사무논의협의회에도 수차례 불참했다. 건보공단 내 2030세대 직원들이 모인 공정가치연대는 콜센터 직원 직고용 반대 광고를 서울 지하철 역사에 게재하려다 서울교통공사의 거부로 무산되기도 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노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6월 단식 농성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건보공단 콜센터 비정규직 직고용 문제가 제2의 인국공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공항 보안검색대 비정규직 근로자 1902명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사 정규직 노조와 취업준비생들이 공정성을 이유으로 격렬하게 반대하며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결국 공사 측은 현재까지도 직고용 절차를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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