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품고 전 세계 누빌 슈퍼 K밴드 '카디'.."대체불가능한 밴드 지켜봐달라"

유경선 기자 2021. 10.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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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JTBC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2’에서 3위를 기록한 밴드 ‘카디(KARDI)가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황인규(베이스), 전성배(드럼), 김예지(보컬), 박다울(거문고), 황린(기타) /박민규 선임기자


‘카디(KARDI)’는 거문고를 품은 밴드다. JTBC ‘슈퍼밴드2’에 참가해 강한 개성과 에너지를 뽐내며 “전 세계를 돌아다닐 밴드”라는 찬사를 들었다. 카디만의 ‘대체 불가능한’ 음악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이들의 포부다.

카디는 워낙 색이 뚜렷하고 독특해 일찌감치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최종회에서 3위를 거뒀지만 “롱런하겠다”는 카디의 생각은 확고하다. 자작 경연곡 ‘7000rpm’ 가사처럼 ‘멈추지 않겠다, 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지난 15일, 새로운 음악을 향한 기대와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는 카디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결성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이 밴드 안에서는 농담과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편안한 대화였다.

■김예지·황린·황인규·전성배 그리고 박다울…‘5인5색’ 음악 스토리

보컬(김예지), 기타(황린), 베이스(황인규), 드럼(전성배)에 거문고(박다울)까지. 다섯 명의 멤버는 각자의 음악인생을 살며 개성을 벼려 왔고, 두 달 전 마침내 슈퍼밴드에서 만나게 됐다.

황린은 ‘윤도현 밴드’의 팬이던 어머니가 통기타를 사준 것이 시작이었다. “어쩌다 보니 기타만 잡고 있었다”는 황린은 밴드 ABTB에서 활동하며 정규앨범 두 장을 발표했다. 밴드가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인규는 ‘친구 따라 강남 간’ 경우다. “고등학교 때 기타를 치는 친구를 보고 베이스 기타를 산” 그는 고3 시절 같은 독서실에 다니던 친구와 밴드 ‘모브닝’을 시작했다. 21살 때 처음 해본 공연이 너무 즐거워서 “이 길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예지가 음악을 시작한 건 21살이다. 그전까지는 노래를 좋아해서 즐겨부르는 학생이었다. 성신여대 글로벌 의과학과에 입학했는데, 동아리에서 취미로 시작한 노래가 재밌었고 반응도 좋았다. “조금만 배우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보컬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했다.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후에는 각종 대회에 문을 두드렸고,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전성배는 “드럼 치는 교회 형이 너무 멋있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드럼스틱을 잡았다. 그는 자신을 “실용음악과 입시 트렌드를 만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대부분 실용음악과 입시생들이 화려한 드럼 연주를 어필하는데, 이를 따르기 싫어 “기본 4비트만 쳐서” 합격했다고 한다. 박다울은 어머니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거문고의 길로 접어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잡은 거문고를 “재밌어서 지금도 하고 있다”고 했다.

■“대중에게 내 음악 알리고 싶었다…카디, 최고의 ‘케미’가 자랑”

이렇게 음악인이 되었지만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한마디로 ‘대중에게 내 음악을 알리고 싶은’ 욕망이었다. 슈퍼밴드2 출연은 그렇게 이뤄졌다. 황린은 밴드 활동을 하며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는 구조 때문에 한계를 많이 느꼈다”며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는데 알아보는 사람도 없거니와 누가 받았는지도 모르는” 현실을 절감했다. 황인규는 “군대를 다녀온 후 출사표를 던진다는 의미”로 모브닝 멤버들과 함께 참가했다.

전성배는 음악 퍼포먼스도 함께 잘하고 싶었다. 실용음악과는 “드럼연주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세션맨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에게 확실히 먹히는 건 퍼포먼스”라고 강조했다. 김예지는 밴드 음악을 잘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악바리로” 나섰다. 일단 대중에게 “한 번 더 나를 알려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밴드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게 됐다. 심사위원에게는 “인터내셔널용 보컬”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거문고를 들고 밴드 경연 프로그램에 나온 박다울의 고민은 한층 더 깊었다. 그는 미디어의 힘을 명확하게 인식했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국악인으로서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그치지 않았다. 국악인의 한정적인 선택지를 확장해보겠다는 결심이 섰다. 박다울은 단도직입적으로 “‘전통 국악’으로 먹고 살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다울은 올초 자신의 이름을 딴 거문고 주법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런 자신이 슈퍼밴드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카디는 이렇게 모였다. 밴드명은 황린이 지었다. 심장을 뜻하는 접두사 Cardi에서 C를 ‘대세 알파벳’ K로 바꿨다. 이렇게 모인 카디의 ‘케미’는 훌륭하다. 황린과 김예지가 경쾌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주도하고, 황인규가 조용하게 끼어들어 대화의 가닥을 잡는다. 박다울은 묵직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정리하고, 전성배는 무관심한 듯 있다가 필요한 말들을 툭툭 던졌다.

JTBC 슈퍼밴드2에서 개성 강한 음악을 선보인 밴드 ‘카디(KARDI)’의 모습. JTBC 제공


황인규는 박다울이 “너무 멋있어서 충격 받았”지만 지금은 “천재 느낌은 없고 한없이 깃털같은 형”이라며 웃었다. 김예지는 “다른 팀들도 만나봤는데 ‘이 팀이 최고’라고 느꼈다”며 “실력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서로 맞아야 하는데, 다들 개성이 강하면서도 성격이 조화롭다”고 했다.

작업방식도 잘 맞는다고 했다. 황인규는 “작업 방식이 아주 자유로워서 ‘픽사’에서 회의하는 것 같다”며 “의견 표현도 자유분방하고 ‘이게 별로다’라고 해도 아무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린은 “멤버 각자의 역할이 다 다른데 퍼즐처럼 싹 맞아들어간다”고 했다.

■카디의 특색이자 숙제 ‘거문고’…“K-베이스 소리, 제대로 들려드리겠다”

거문고는 밴드의 특색이자 숙제였다. 거문고가 이목을 끌었지만 밴드에서 활용한 전례가 드물다는 건 어려움이었다. 특히 멤버들은 사운드가 100%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모아 아쉬워했다. 선례가 없었던 탓에 거문고 음향이 의도대로 시청자들에게 가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다울은 “개인 공연에서는 두 시간 가까이 음향을 조율하는데 경연이라서 그렇게 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황린은 “빨리 단독공연을 열고 제대로 들려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박다울이 하도 독특한 ‘거문고 사용법’을 선보인 덕분에 멤버들은 오히려 거문고의 진짜 모습이 뭔지 “헷갈린다”고 입을 모았다. 박다울의 모습은 강렬했다. 거문고를 타악기처럼 두드려대는 모습, 거문고를 두드려 만들어낸 비트를 ‘루프 스테이션’에 입력해 곡의 기초를 만드는 모습, 그 위에 같은 방법으로 박자와 연주를 더해 곡을 층층이 쌓아가는 퍼포먼스, 거문고 현을 칼로 끊으며 ‘타악기’로 쓰겠노라고 선언하는 모습이 완전히 새로운 시각적·청각적 경험을 안겼다.

밴드 ‘카디’의 멤버 박다울이 슈퍼밴드2 예선에서 거문고를 활용한 연주를 선보이는 모습. JTBC 유튜브 화면 캡처


거문고의 진짜 모습이 뭔지 여전히 모르겠다는 멤버들 앞에서 박다울은 “거문고는 K-베이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다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이름은 ‘거문고의 대중화’다. 고민은 계속된다. 그는 “국악이 소비당하는 게 아니라 미디어와 상생하면 좋겠다”며 “그러려면 어느 정도의 고집이 필요한데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전성배의 드럼도 독특하다. 그는 ‘브로큰 비트’를 친다. 한 출연자는 전성배의 드럼 연주를 가리켜 “박자가 끔찍하다”고 했다. 브로큰 비트는 정형의 박자에 조금씩 엇박의 변주를 가하는 연주법이다. 파괴된 박자인 것 같지만 결국 음악의 전체 비트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이 연주법을 계속하면 ‘중심이 사라질 것이다’ ‘하면 안 된다’ 같은 선입견이 많았는데 그것들도 부수고 싶었다”고 했다. “살아남기 위한 저만의 방식”이라고도 했다.

■“카디만이 할 수 있는 음악 하겠다…대체불가능한 우리의 길 지켜봐달라”

카디의 목표는 “카디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박다울은 “거문고가 있다는 이유로 밴드의 색채를 한국적으로 가져가는 건 지양할 것”이라며 “카디만의 색채를 낼 수 있는 것, 다른 밴드는 할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것”을 찾겠다고 굳게 말했다.

밴드 ‘카디’가 슈퍼밴드2 파이널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 JTBC 제공


황린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멤버가 너무 출중해서 할 수 없는 게 딱히 안 보이고, 그래서 오히려 방향을 잡기가 힘들어요. 너무 선택지가 많은 거죠. 하나하나 해보면서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찾아나가려고 해요.”

활동은 자유롭게 할 예정이다. 모든 멤버가 슈퍼밴드2 참가 전부터 몸담은 밴드와 작업들이 있다. 황린은 “카디 활동을 할 때는 하고, 각자 개인 작업을 할 때는 하는 것이 전적으로 매달리는 것보다 건강하다”며, 이것이 결국 “롱런을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카디는 앞으로도 밴드 음악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황린은 “밴드는 언제나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며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은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는 것도 굉장한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규는 “대중의 관심은 우리가 잘해야 생기는 것이고, 밴드가 좀더 다양했다면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을 수도 있다”면서도 “한 번쯤 고개를 돌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 별로인데도 관심을 가져주실 필요는 없는데, 들어보시고 괜찮으면 지켜봐달라”고 했다.

김예지는 “엄청 다수는 아니지만 저희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생겼다”며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음악을 응원해주는 분들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웃었다. 박다울도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가장 큰 힘”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밴드에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저희도 열심히 할 테니”(김예지) “바쁜 일상에서도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재밌는 거리들이 많이 있답니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박다울)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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