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전 산재사고 165건 중 원안위 보고는 단 2건.."방사선 피폭도 보고 안돼"

강연주 기자 2021. 10.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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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원자력 이용 시설의 사고 고장 발생시 보고 및 공개 규정’에 따른 상황별 보고대상. 김상희 의원실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5년간 발생한 165건의 원자력발전소 산재사고 가운데 단 2건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선 피폭 사건’과 ‘사망 사건’도 보고 제외 대상이 될 수 있어 원전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실(더불어민주당·국회부의장)이 원안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원전 산업안전사고 165건 중 한수원이 원안위에 보고한 것은 2건이었다. 165건의 산업안전사고로 인한 재해자 수는 총 169명으로 이중 3명이 사망했다.

방사능 누출 사건과 기타 사망·부상 사건도 ‘내부 보고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안위 보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9년 고리 원전에서 안전 관리 업무를 하다 방사선에 피폭된 한수원 협력사 계약직 직원의 피폭량은 49.67mSv(밀리시버트)로, 법이 정한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50mSv)에 근접했지만 보고 대상이 아니었다. 신고리 6호기 취배수 건설현장 작업 도중 자재를 운반하다가 사망한 사건도, 작업공정의 결함으로 골절이 발생한 사건 등도 보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원자력이용시설의 사고 고장 발생시 보고 및 공개 규정. 김상희 의원실 제공.


원안위 고시인 ‘원자력이용시설의 사고·고장 발생시 보고 공개 규정’은 한수원은 원전 운전·정비 및 안전조치 행위 도중 산업안전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 등은 원안위에 초기 사건 현황 보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설 운전·정비 및 안전조치 행위 중 발생한 사망 사건’만 보고 하면 된다는 ‘빈틈’으로 작용했다. 작업자가 부상을 당한 경우는 보고 규정도 마련돼있지 않았다.

작업자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경우에도 보고 대상은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 후송이 필요한 경우’에 한정됐다. 2019년 49.67mSv의 방사선에 피폭된 직원의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수원은 “이 작업자의 피폭량이 연간 유효선량한도(50mSv)를 넘지 않았고, 기타 건강상의 문제가 확인되지 않아 별도의 치료 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수원과 원안위의 태도가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특정 작업자가 이례적으로 연간 한도에 근접할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됐다는 것은 반대로 작업 공장의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며 “한수원과 원안위는 이런 안전사고가 보내는 신호를 충분히 인지하고 보다 능동적으로 사전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원자력 발전소 운영 전반의 관리 책임이 있는 원안위가 사업재해 사건을 선택적으로 보고 받는 것은 적절한 처사가 아니다”라며 “원전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사망, 부상, 방사선 피폭 상황에 대한 원안위 관련 고시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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