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감 '2라운드'.."도둑이 누구냐" 여야 재차 충돌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자격으로 참석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대상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과 이 후보는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지난 18일 행정안전위 국감에 이어 2차전을 펼쳤다. 야당 의원들은 대장동 사업 계약서에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관련 조항이 들어가지 않은 경위를 몰아붙였고, 이 후보는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라 미채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장동 사업 핵심 실무자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관계도 도마에 올랐고, “최종 설계자는 누구냐”를 둘러싼 공방도 반복됐다. 국민의힘은 “도둑질한 사람이 이재명”이라고 지적했고 이 후보는 “나는 도둑질을 못하게 막은 사람”이라고 맞받았다. ‘이재명 청문회’ 성격으로 치러진 두 차례의 경기도 국감은 모두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야당의 ‘이재명 책임론’과 민주당과 이 후보의 ‘국민의힘 게이트’ 프레임이 정면 충돌하면서 마무리된 모양새다.
이날 국토위의 경기도 국감은 지난 18일 열린 행안위 국감에 이어 후반전 성격을 띄었다. 이 후보는 질의 시작 전 업무보고에서부터 “도지사 업무에 관계없는 일은 대답하지 않겠다”며 못박았다. 야당 의원들의 무차별적인 공세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야당 국토위원들은 대장동 사업 계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경위를 놓고 이 후보를 맹공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초과이익 환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누가 건의한 것이냐”며 “유동규인가, 정진상(전 경기도 정책실장)인가, 다른 공무원인가”라고 다그쳤다.
이 후보는 “(언론 보도처럼)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가 아니고, 사업자 공모가 끝나고 협약 과정에서 일선 직원이 제안한 것”이라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 선에서 이를 채택하지 않은 것이 팩트”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재벌 회장에게 계열사 대리가 제안한 게 있었다는 걸 보고하는 경우가 있냐”고 했다.
대장동 ‘설계 책임’ 공방은 행안위 국감에 이어 이날도 이어졌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사업을)설계한 사람이 범인”이라고 다그치자, 이 후보는 “범죄를 설계한 사람은 범인이 맞다. 그런데 총을 설계한 사람이 전범은 아니다. 비행기를 설계했다고 9·11 테러 주범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로를 “도둑”이라고 지칭하며 수위높은 설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를 ‘양두구육(겉과 속이 다른 경우를 일컫는 말)’이라고 비판하기 위해 양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를 씌운 강아지 인형을 꺼내들며 “제가 대장동 부근에서 데려온 얘가 원래 본명이 ‘대동이’였다. 그런데 이상한 걸 먹고 다녀서 구린내를 풍겨서 ‘대똥이’로 이름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뭐 하는 거냐”며 항의하면서 감사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이 후보의 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유 전 본부장 임명을 이 후보가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를 추궁했다. 이 후보는 “본부장 인사는 제가 아니고 (성남도시개발공사)사장이 하게 돼 있다. 사장이 없으면 행정국장이 대행한다. 그래서 기억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을 두고 “제 선거를 돕고 같이 일해 온 사람이 부정행위를 했다”라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의 가정사 및 극단적 선택 시도 등 근황을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밖에 모르는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아느냐. 누가 말해줬느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민간업자에 특혜 폭탄을 안긴 건 대장동 공공개발을 필사적으로 저지한 국민의힘”(진성준),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5000억원이 아니라 수조원의 돈이 토건업자들에게 돌아갔을 것”(김윤덕)이라며 이 후보를 총력 엄호했다.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의원님들의 날카로운 질문 지적 덕에 대장동 문제의 본질과 줄기가 많이 드러나게 된 듯하다”라고 자평했다.
김상범·곽희양·심진용·박광연·조문희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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