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종전선언' 문안 협의..간극 좁혀졌나

김유진 기자 2021. 10. 20. 17: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운데),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구상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문안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종전선언에 관한 한·미 간 공감대가 넓어진 결과라고 평가하지만 미국은 종전선언 채택시 파장을 우려해 법률적 검토에 착수하는 등 인식차는 여전한 상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일(현지시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종전선언 등 대화와 관여 노력이 당장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이 지금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계기로서 상당히 유용하다는 데는 한·미 간 공감대가 있다”며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내부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은 법률 전문가들을 투입해 종전선언의 구체적인 문구는 물론 법적·정치적 영향과 효과에 대해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미 안보실장, 북핵수석대표, 정보기관장 등 일련의 고위급 협의를 통해 미국 설득에 주력해온 정부는 미국도 종전선언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비핵화 상응조치로서 검토한다는 기존 방침에서 다소 유연해졌고,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철회의 상징적 조치이자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종전선언 관련 진전 사항을 묻는 질의에 “한·미 간 협의 내용을 다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매우 진지하고, 심도있는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2~24일 방한하는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관련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정부가 종전선언으로 파생될 여러 쟁점에 대해 법적 검토를 벌이고 있는 점은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라는 한국 정부와는 여전히 인식을 달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특히 북한이 종전선언을 근거로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연합사령부·유엔군사령부 해체 주장 등 정전협정 무력화를 시도하거나,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별개’라며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방향으로 문안 협의를 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접점이 마련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종전선언에 관한 미국의 이해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내부적으로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고 협의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SLBM 발사 등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고 이에 유엔 안보리가 미국과 영국 등의 요청으로 비공개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종전선언 추진 여건은 순탄치 않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북한의 SLBM 발사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이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역내 위협”이라며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자제하고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에 내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의 SLBM 발사는 한·미를 향해 더욱 강도높은 도발을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며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일정을 고려해 11월까지는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